연극열전

연극|렁스

남자가 조심스레 말한다. "미안해, 잘못했어." 여자가 쏘아붙인다. "뭘 잘못했어? 사과는 왜 해?"

아, 머리 아프다. 아마도 남녀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일 때부터 '우, 우!' 하는 유인원의 언어로 똑같은 말을 주고받았을 것이다. 사랑하고, 싸우고, 다시 만나고, 살다가 또 죽어갔을 것이다. 그래도 마지막 남길 말이 '사랑해'라면 행복한 삶이었다 할 수 있을까.

연극 '렁스(Lungs)'의 하얗고 길쭉한 무대엔 남과 여, 두 사람만 있다. 남자는 무명 뮤지션, 여자는 환경 전공 박사과정. 둘은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고 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나무를 심는 '좋은 사람'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이케아에서 남자가 '아이를 갖자'고 말하면서 일상이 소용돌이친다. 여자는 말한다. "아이 하나가 태어나 토해내는 이산화탄소가 1만t, 에펠탑 무게야. 70억명이 붐비는 지구에 에펠탑만 한 쓰레기를 더하는 거라고!" 아이를 책임지며 키운다는 건 이제 '어른'이 돼야 한다는 뜻. 인생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동화처럼 진행되지 않는다.

뮤지션 시절의 캔버스화, 첫 출근 날 가죽구두, 첫 아이를 위해 산 배냇신발…. 살아간 흔적을 담은 신발들이 발자국처럼 놓인다. 아침에서 저녁으로, 다음 날, 1주일, 몇 달 혹은 몇 년 뒤로. 기억이 대개 그렇듯 남녀의 대화도 천연덕스럽게 시간을 뛰어넘는다. 서로를 보듬거나 상처 입힌 말의 격류가 리드미컬하게 무대 위로 흐른다. 그 굴곡의 어떤 지점이 관객의 기억에 겹칠 때, 닫힌 마음의 둑이 툭 하고 무너진다. 그 매력에 홀린 관객이 300석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을 채우고 있다. 7월 5일까지.

영화|카페 벨에포크

인생의 황금기로 돌아갈 수 있을까. 21일 개봉한 ‘카페 벨에포크’는 이런 질문에서 출발하는 프랑스 영화. 은퇴한 60대 만화가 빅토르(다니엘 오테유)는 돌아가고 싶은 과거로 떠날 수 있는 ‘시간 여행’ 서비스를 제안받는다. 물론 ‘백 투 더 퓨처’ 같은 타임머신은 아니고 아날로그식 무대와 의상으로 과거를 재현하는 체험 이벤트다.

빅토르가 일순간도 주저하지 않고 고르는 시간은 1974년 5월의 리옹. 영화 제목인 ‘벨 에포크’는 리옹의 카페 이름이자 ‘좋았던 시절’을 의미하는 중의적 표현이다. 빅토르가 이 시절을 선택한 사연을 추적하는 것이 영화의 재미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부부나 연인에게 추천.

온라인 콘서트|틱톡 스테이지

동영상 소셜미디어 '틱톡'은 오는 25일과 27일 온라인 콘서트를 개최한다.

오는 25일 열리는 '틱톡 스테이지 라이브 프롬 서울'에는 에이핑크, 악뮤, 오마이걸, 몬스타엑스, 아이콘, 카드, 강다니엘, CIX, 크래비티 등이 출연한다. 또 '초통령'으로 등극한 보이그룹 아이콘(iKON), 글로벌 팬들이 인정한 혼성그룹 카드(KARD), 차세대 글로벌 돌 CIX 등도 출연한다.

오는 27일은 '틱톡 스테이지 위드 힙합플레이야' 순서다. 힙합 뮤지션 에픽하이, 제시, 박재범(Jay Park), 이센스, 지코, 기리보이, 크러쉬, 헤이즈, 창모, 딘, 식케이, 바비, 수퍼비 등 총 22팀이 출연한다.

생중계를 관람하는 전 세계 시청자는 0.5달러씩 기부에 동참하게 된다.

넷플릭스|어둠 속으로

벨기에 브뤼셀 공항 탑승 게이트. 곧 출발 예정인 모스크바행 비행기에 총을 든 남자가 뛰어든다. "당장 비행기 문 닫고, 서쪽으로 가!" 비행기 납치인 줄 알았는데, 머지않아 이 남자가 모두를 살렸다는 걸 알게 된다.

벨기에 드라마 '어둠 속으로'는 기이한 우주 현상이 빚어낸 광선 때문에 낮 시간대에 사람들이 모두 죽게 되는 상황을 다룬다. 해일·지진 등이 아닌 태양으로 인한 재해, 이를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비행기를 타고 밤 시간대 나라로 이동해야 한다는 점이 참신하다. 비행기에 탄 사람들이 어떻게 공통의 재난에 대처하는지도 관전 포인트. 시즌1이 끝나도록 매력 있게 다가오는 등장인물이 없다는 점은 드라마의 남은 숙제로 보인다.

전시|백영수 회고전

김환기·이중섭 등과 함께 ‘신사실파’ 동인으로 활약했던 화가 백영수(1922~2018)의 사후 첫 회고전이 경기도 수원시립미술관에서 8월 9일까지 열린다. 조형적 순수성을 표방한 1940년대 초기작부터 105점을 아우르며 다시점, 평면성, 단순성으로 대표되는 백영수 화풍의 변천사를 드러낸다. 추운 겨울 오들오들 떨던 아내를 위해 그려준 ‘해’(1980), 화가의 실제 가족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보이는 ‘가족’(1984) 등 핵심 작품을 엄선했다. 전시장 1층에 화가의 작업실도 재현해놨다. 거기 놓인 모든 물건은 화가의 유품으로, 신작을 위해 비워뒀던 흰 캔버스와 생전 직접 물감으로 채색한 벽걸이 시계가 관람객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