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가 최근 회계 부정 논란 속에서 13일 수요집회를 강행했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지난 7일 정의연의 기부금 운용 방식을 비판하며 '증오와 상처만 가르치는 수요집회엔 더 이상 참가하지 않겠다'는 기자회견을 가진 뒤 열린 첫 수요집회였다. 70여 명이 참가한 이날 집회에 위안부 피해자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여당 정치인들이 참가해 정의연을 감쌌다. 정의연은 "자금 횡령이나 불법 유용은 없었다"며, 회계 부정에 대한 문제 제기를 "시민사회 전반에 대한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의연에 반대하는 단체 60~70여 명은 같은 현장에서 '(정의연 전 이사장인) 윤미향(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은 사퇴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정의연은 회계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외쳤다. 한쪽에선 수요집회를 반대하는 침묵시위도 있었다.

◇정의연 "다수 공인회계사에게 검증"

정기 수요집회는 이날 낮 12시 이전처럼 서울 종로구 옛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지난 3월 26일 이후 지난주까지 수요집회는 코로나 사태 여파로 주최 측이 온라인 참여를 유도해 현장에는 20명 정도만 나왔다. 하지만 이날은 정의연과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등 시민단체 관계자 20여 명과, '사랑합니다' 등 팻말을 든 지지자 50명이 참석했다. 평소 수요집회는 민중가요에 맞춘 군무(群舞)와 함께 시작한다. 하지만 이날 주최 측은 위안부 피해자 고(故) 조순덕 할머니의 피해 사실 증언 대독(代讀)으로 시작했다.

수요집회에 쏠린 눈 - 1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자리에서 정의기억연대가 주최하는 제1439회 수요집회가 열렸다. 지난 7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증오와 상처만 가르치는 수요집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힌 후 처음 열린 수요집회였다. 70여명이 참가한 이날 집회에 위안부 피해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여당 정치인들이 참가해 이 할머니의 고발로 회계 부정 의혹이 불거진 정의연에 대해 "자금 횡령은 없었다"며 감쌌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회계 부정 의혹에 대해 "국세청 시스템 입력 과정에서 약간의 실수는 있었지만 국세청의 재공시 명령에 따라 바로잡겠다"며 "개인적 횡령이나 불법 운용은 절대 없다"고 했다. "투명성을 입증하기 위해 다수의 공인회계사에게 검증받아 불필요한 의혹을 종식시키겠다"고도 했다.

이 이사장은 또 기부금 상세 사용 내용 공개 요구 등을 가리켜 "시민사회 전반에 대한 탄압이자 평화·인권·여성·민족 모든 운동에 대한 탄압 행위"라며 "친일·적폐·반인권·반여성 행태"라고 주장했다. '기부금 투명 공개 요구'가 '인권'이나 '여성' 등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이날 자유발언 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주현 평화비 경기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작금의 행태는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폭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진짜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 입장에서 발언한 내용은 없었다. 한국여성단체연합회 김영순 대표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민간이 했다. 어떠한 공격도 받을 수 없다"며 정의연을 사실상 '신성불가침'으로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국회의원은 "(정의연의) 노력을 폄하하고 왜곡하려는 세력이 너무 많이 있다"고 했다. 더불어시민당 구본기 최고위원은 "전력을 다해 (정의연과) 연대하겠다"고 했다.

◇이용수 "정의연, 오류·잘못 극복해야"

이런 가운데 이용수 할머니는 이날 "(위안부 단체) 사업 방식의 오류나 잘못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서면(書面)으로 거듭 밝혔다. 이 할머니는 입장문을 통해 정의연의 회계 처리 방식과 관련해 "누군가를 비난하는 과정이 아니라 현시대에 맞는 사업 방식과 책임 있는 집행 과정, 그리고 투명한 공개를 통해 국민 누구나 공감하는 과정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앞서 이 할머니가 공개 기자회견에서 "성금은 할머니들한테 쓰이지 않고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이후 국세청 자료 등을 통해 정의연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가 일부 공개되며 논란이 커졌다.

입장문에서 이 할머니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윤미향 정대협(정의연 전신) 상임대표가 외교부로부터 합의 내용을 미리 전해들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정부 관계자 면담 시 대화 내용 등 관련한 내용이 조속히 공개돼 우리 사회의 신뢰가 회복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 할머니는 "일본에 대한 책임 추궁과 사죄 및 법적 배상을 받아내기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입장문에 대해 이 할머니를 옆에서 돕고 있는 대구의 지인 A(47)씨는 "입장문은 또 다른 지인 B씨가 어머니의 뜻에 따라 작성한 뒤 어머니(이 할머니)의 허락을 받아 공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