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유흥가를 다녀온 뒤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 용인시 거주 남성 A(29)씨는 지난 1일 밤과 2일 새벽 5시간 가까이 일반주점 1곳과 클럽(유흥주점) 4곳을 돌아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는 "A씨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클럽에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A씨가 '수퍼 전파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단 15분 머물렀던 클럽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A씨의 직장 동료 1명도 감염됐다. A씨는 부처님오신날이었던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5일까지 6일간 황금연휴 동안 경기 가평과 강원 홍천까지 여행을 다니면서 클럽과 식당, 편의점 등 23곳을 방문했다.

◇이곳저곳 '클럽 호핑'… 2분 머물기도

8일 A씨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 확진자는 19명이다. 본인을 포함해 이태원 클럽 방문자가 17명이고, 직장 동료 1명이 감염됐다. 또 클럽을 찾았던 한 남성의 누나(28)가 2차 감염됐다. 클럽 방문자 16명 중엔 3명의 외국인과 육군본부 소속 대위 1명, 국군 사이버사령부 소속 하사 1명, 남성 간호사 1명 등이 포함됐다. 수도권 거주자뿐 아니라 충북 청주의 22세 남성도 2일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뒤 확진됐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확진자들은 19~37세의 젊은 층으로, 현재 무증상이거나 기침·발열 등 초기 증상만 있다"고 말했다.

8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킹클럽 앞은 한산한 모습이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용인시에 거주하는 29세 남성 확진자가 지난 2일 새벽 킹클럽, 트렁크클럽, 퀸클럽 등 이태원 일대 클럽 네 곳을 방문했고, 이 중 킹클럽 등 3곳에서 이 남성과 밀접 접촉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감염됐다.

방역 당국과 지자체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밤 A씨는 '클럽 호핑(Club Hopping·여러 클럽을 방문하는 것)'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요일이라 이른바 '불금(불타는 금요일)'으로 불리는 날이었다. 밤 11시쯤부터 1시간 20분 정도 주점 '술판'에서 보낸 뒤 '킹' '트렁크' '퀸' 등의 클럽을 돌아다녔다. 이 3곳 외에 1곳을 더 방문했지만, 오전 3시 20분부터 단 2분 머물렀고, 이 클럽에서만 유일하게 접촉자, 확진자가 없었다.

A씨는 오전 4시가 가까운 시간에야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방대 당국은 "A씨가 지난 2일 발병 초기 바이러스가 많이 배출되는 상태에서 밀폐된 공간에서 밀접 접촉을 하면서 확진자가 여럿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수퍼 전파자 가능성

방역 당국은 A씨와 밀접 접촉한 사람의 숫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A씨가 들렀던 당일 클럽에서 근무한 종업원은 73명이고, 방문자는 1500여명에 달한다. 클럽 방문자들이 수도권 곳곳으로 퍼졌고, 부산에서도 당시 이태원 클럽에서 A씨와 접촉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나왔을 정도다. 클럽 방문 확진자 중 경기 양평군에 거주하는 27세 남성은 4~5일에 이태원 퀸클럽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돼 또 다른 수퍼 전파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A씨가 클럽 외에 다른 곳에서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경기 가평군 남이섬, 자라섬과 강원 홍천군을 여행했다. 가평·홍천의 마트, 편의점, 식당 등을 이용했고 홍천의 대명비발디파크에서 숙박했다. 지난 7일 확진 전까지 성남 분당구에 있는 직장 주변 식당과 편의점, 경기 수원에 있는 이비인후과와 약국, 용인 시내 상점 등을 방문했다.

A씨의 감염 경로도 불투명하다. 이날 안양시는 A씨와 이태원 클럽에 동행한 지인 B씨가 지난달 중순 베트남을 방문했다고 밝혔지만, B씨는 입국 검역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고 입국 후 자가 격리까지 마쳤다. 방대본은 이날 "A씨 감염은 해외 유입과 무관하다"고 했다. A씨를 감염시킨 누군가를 확인하지 못하는 '깜깜이' 상태다.

A씨가 근무하는 성남 분당구 소재 IT기업 티맥스소프트의 미금연구소는 8일 오전 폐쇄됐다. 이날 티맥스소프트는 "모든 사업장을 잠정 폐쇄하고 1500여명 전 직원을 대상으로 코로나 전수 진단 검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검사 비용 전액은 회사가 부담하기로 했다. 방역 당국의 역학 조사에 따라 미금연구소 근무자 44명이 A씨 접촉자로 분류돼 검사를 받고 자가 격리됐고, 이날 확진된 A씨의 회사 동료와 접촉한 직원 12명도 자가 격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