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가정 폭력을 저지른 아버지를 성인이 된 후 때려 죽인다면, 이 죄는 참작될 수 있을까? 법원의 대답은 “그렇다” 였다.

서울남부지법 형사 11부(재판장 이환승)는 존속살해와 존속폭행 혐의로 기소된 곽모(24)씨에 징역 8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곽씨는 10대 후반부터 약 5년간 상습적으로 아버지를 폭행하다, 결국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같은 사건의 경우 통상적인 양형 범위는 10~17년이다. 재판부는 곽씨의 성장 환경을 정상 참작해 양형 기준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

곽씨가 아버지를 살해한 것은 지난해 11월 5일. 곽씨는 집에 함께 있던 아버지(당시 59세)가 ‘집이 더러운데 청소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얼굴을 수십여회 가격하고, 우산·와인병 등으로 수차례 내리쳤다. 아버지는 폭행을 당하면서 “살려달라”고 외친 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고 한다. 그러나 아들은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아버지는 사망했다.

곽씨의 부모는 10여년 전 이혼했다. 곽씨는 어린 시절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로부터 가정 폭력을 당했고, 이로 인한 가정불화가 부모의 이혼 사유가 됐다고 한다. 이후 곽씨는 이후 아버지 손에 아버지와 같이 살았다.

곽씨는 어린시절 아버지에게 폭행당했지만, 2014년 곽씨가 고등학생이던 시절부터 상황이 역전됐다. ‘아버지가 학업 스트레스를 준다’는 이유로 곽씨가 아버지를 처음 폭행한 것이다. 이후 곽씨의 폭행은 계속됐다. 2015년 11월에는 곽씨의 폭행으로 아버지가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일도 있었다. 곽씨의 폭행은 약 5년간 수시로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곽씨의 성장환경이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양형에 반영했다. "피고인은 어린 시절 피해자(아버지)의 알코올중독과 가정폭력, 이로 인한 모친과의 가정불화와 이혼 등으로 가정이 해체되면서 부모로부터 정서적 지지와 보호를 받지 못했다"며 "이런 가정환경이 피고인의 폭력 성향이 형성되고 나타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여동생, 고모 등 유족도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권고형의 하한보다 낮은 형을 선고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