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코로나 감염증에 걸리고 싶어하지 않지만, 모두들 자신이 그것에 이미 걸렸었기를 바란다.”
미국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이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P는 이를 ‘Thinkihadititis’ 현상이라고 소개했다. ‘나 (코로나에) 걸렸던 것 같아(Think I had it)’란 말에 염증을 의미하는 접미사 ‘-itis’를 붙인 일종의 신조어다. 말 그대로 자신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었고, 자연적으로 치유돼 항체를 생성했다고 믿는 현상이 염증처럼 사람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는 의미다.
캘리포니아주에 살고 있는 간병인 바버라 오도넬(62)은 지난해 11월 심한 기침 증상을 겪었다. 그는 “그때 폐가 꽉 찬 것처럼 느껴져서, ‘나는 낫지 못할 거야’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2주 동안 집에서 쉬었더니 병이 나았다고 했다. 이듬해 2월 캘리포니아에서 최소 2명이 코로나 감염증으로 인해 사망했다. 오도넬은 자신이 겪었던 기침 증상이 코로나 감염증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사는 자넷 트루차드(58)는 “나는 (코로나 감염증에) 걸렸다고 99%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1월 15일 고열과 마른 기침, 편두통과 흉통으로 잠에서 깼다. 병원을 찾아간 그는 부비강염과 알레르기 진단을 받았다. 그의 기침은 3월 25일까지 계속됐다.
미 스탠포드대 에런 벤데이비드 교수는 오도넬과 트루차드와 같은 이들로부터 ‘코로나 감염증에 걸렸다고 확신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수천통가량 받았다고 전했다. WP는 “이 현상은 코로나 감염증이 알려지기 훨씬 이전에 이 병과 유사한 증세를 경험한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며 “이들은 ‘내가 이미 코로나를 이겨냈다’는 희망 혹은 ‘내가 많은 사람들한테 옮겼을지도 몰라’란 불안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이 코로나 감염증에 걸렸지만 회복했다고 믿는 이들의 확신 배경에는 코로나 감염증에는 무증상 감염자들이 많다는 뉴스도 한 몫 한다. 앞서 세계의 감염병 학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감염증의 증상 없는 보균자가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감염자 수는 공식 확진자 수의 10배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은 바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유명인들 사이에서도 퍼져 있다. 유명 드라마 ‘소프라노스’의 배우 마이클 임페리올리는 “나는 확실히 2월 초에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렸었다”고 했다. 리얼리티쇼 ‘밀리어네어 매치메이커’로 유명한 패티 스탠거는 1월에 마이애미에서 휴가를 보낸 뒤 고열과 피로, 메스꺼움에 시달렸다. 그는 코로나 감염증이 앞서 알려진 것보다 빨리 미국에 상륙했다는 뉴스를 듣고 “내가 그 사람들(감염자)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가수 마돈나도 “나는 코로나 감염증 항체가 생겼다”고 주장하며 지인의 생일 파티에 참석해 논란이 인 바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영국 작가 JK 롤링도 자신이 코로나 감염증의 모든 증상을 겪은 뒤 회복했다고 주장했었다.
WP는 자신이 코로나 감염증에 걸렸지만 회복했다고 믿는 이 현상을 해결할 방법으로 ‘항체 검사’를 지목했다. 실제로 코로나바이러스 항체가 자신의 몸 안에 있는지 검사해봐야, 자신의 믿음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감염증에 걸렸다가 완치 판정을 받더라도 재확진 판정을 받는 경우 등이 있어 전문가들은 항체가 있더라도 100% 코로나 감염증에 다시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