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인기에 밀렸던 세단이 신차 효과에 힘입어 판매가 대폭 늘어났다. 지난 4월 국내 승용차 판매량을 보면 그랜저(현대), 쏘렌토(기아), 아반떼(현대), K5(기아), XM3(르노삼성) 순으로 많이 팔렸다. 그랜저와 아반떼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40% 이상, K5는 두 배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 '아빠차'로 여겨졌던 세단이 과감하고 세련된 디자인, 첨단 사양으로 무장해 '오빠차'로 돌아오면서 판매 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7일 국내 자동차 5사가 발표한 4월 판매실적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의 준대형세단 그랜저는 지난달 국내에서 1만5000대 판매됐다. 전월보다는 9.6% 감소했지만 전년 같은 달에 비해 48% 증가했다. 1분기 누적 판매량은 3만여대, 지난 4월까지 총 4만8500대가 팔렸다.
1986년 첫 출시 이후 그랜저는 한때 '성공하면 타는 차'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러나 2016년 6세대 그랜저가 역동적이고 젊어진 디자인으로 바뀌면서 '오빠차'를 넘어 '국민차'로 저변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작년 말 출시된 6세대 부분변경 모델은 보석 모양의 ‘파라메트릭 쥬얼(Parametric Jewel)’ 패턴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되면서 전면부가 확 바뀌었다. 이 디자인이 대중적인 호응을 얻을 지에 대해선 논란도 있었으나, 지난 3월에는 국내 판매량 1만6600대로 2016년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기아차 K5는 지난달 7953대가 판매되며 작년 같은 기간(3712대) 대비 판매량이 112% 늘었다. 신형 K5의 디자인과 성능에 대해서는 작년 말 출시 때 부터 호평이 많았다. 기아차 디자인의 상징이었던 호랑이코 형상의 ‘타이거 노즈(tiger nose)’ 라디에이터 그릴이 상어껍질처럼 날카로운 외관에 부드러운 촉감을 갖춘 직물인 ‘샤크스킨(shark skin)’을 모티브로 파격적으로 바뀌었다. 프런트 범퍼도 유려한 모습이 강조됐다. K5는 한국자동차기자협회가 주최·주관하는 ‘2020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대상과 디자인상 2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현대차 준중형 세단 아반떼도 인기를 얻고 있다. 4월 초 7세대 모델 출시 후 한달 동안 8249대가 판매됐다.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것이다. 신형 아반떼 디자인 역시 역동적 캐릭터를 과감한 조형미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네시스 G80도 세단 인기에 앞장서고 있다. 계약 대수는 출시 하루 만에 작년 판매량과 맞먹는 2만2000건을 기록했고, 한달 만에 3만4000건을 넘어섰다. 국내에서 기본가격 5200만원대(2.5터보 기준)의 고가 차량이 단기간에 3만대 고지에 올라선 것은 드문 일이다. 일부 외신들은 G80을 두고 "말도 안되게 멋진 차", "제네시스 브랜드의 새롭고 멋진 디자인 언어로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벤츠 E 클래스 등과 경쟁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SUV 판매량이 늘어도 세단에 대한 고정 수요가 있기 때문에 세단은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도 중요한 모델"이라며 "각 브랜드·차급 별로 인기 세단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시장이 더 커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