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산을 하나 넘으니 또 산이 나타났다.
핀토 걱정을 날린 SK 와이번스에 새롭게 하재훈 걱정이 생겼다.
지난시즌 철벽 마무리로 세이브왕에 올랐던 하재훈의 초반 행보가 수상하다.
하재훈은 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서 9회초 등판했지만 쉽게 경기를 끝내지 못했다. 투 아웃을 잡은 뒤 송광민에게 솔로포를 맞더니 김태균에게는 좌중간 담장을 맞히는 큰 2루타를 허용했고, 이해창에게 볼넷까지 허용했다. 또 한번 홈런을 맞는다면 동점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순간. 장진혁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고 가까스로 경기를 마쳤다.
4점차로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고, 무관중으로 인해 긴장감이 떨어졌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즌 첫 등판이 뭔가 찜찜하다.
하재훈의 구속은 아직 정상 궤도에 오르지 않았다. 이날 기록한 하재훈의 최고 구속은 144㎞였다. 지난해 기준 최고 150㎞를 찍고, 직구 평균 구속이 146㎞를 기록한 파이어볼러다. 여기에 볼끝과 무브먼트를 좌우한다는 회전수가 리그 톱클래스로 꼽힌다. 야수였던 그를 자신있게 투수로 전향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특별한 회전수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하재훈은 지난시즌 사실상 직구만으로 KBO리그 타자를 상대했음에도 59이닝 동안 홈런을 단 1개만 허용했다. 7월 7일 잠실 두산전서 연장 12회말 오재일에게 맞은 끝내기 홈런이 유일했다. 당시 자신의 41번째 경기였다. 당시 체력부담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하재훈은 이후 시즌 끝까지 홈런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청백전과 연습경기에서 연이어 홈런을 허용했다. 청백전에선 총 9이닝을 던졌는데 9개의 안타를 허용했고 그 중 2개는 홈런이었다. 한동민과 강지광에게 허용했다. 지난 4월 29일 인천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연습경기서는 박경수에게 솔로포를 맞았다. 138㎞의 직구가 맞았다. 0-3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의 등판이라 별 의미없게 받아들여졌지만 시즌을 코앞에 두고 구속이 오르지 않는 것에는 의문이 남았다.
송광민의 홈런과 김태균의 2루타 모두 하재훈의 최고 구속인 144㎞ 직구가 얻어맞았다. 코로나19로 인해 한달 이상 시즌이 연기된 상황에서 아직도 구속이 올라오지 않은 것에 의문이 생긴다.
SK 염경엽 감독은 개막을 앞두고 하재훈에 대한 질문에 "컨디션을 올리는 과정"이라면서 홈런에 신경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규시즌 첫 등판에서도 원치않는 피홈런이 나왔다.
변화구 비율을 높이려 했지만 이 역시도 통하지 않았다. 22개의 공을 던진 하재훈은 직구 15개, 커브 3개, 슬라이더 4개를 던졌다. 변화구 비율이 32%로 올랐다. 직구의 위력을 더 높이기 위해 변화구 비율을 높였지만 직구의 위력 자체가 떨어져 있다보니 효과가 없었다.
이날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 다행일 정도다. 세이브 상황에서 이렇게 장타를 맞는다면 SK로선 고민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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