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이 언 해빙(海氷)은 북극곰이 먹이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머지않아 여름이 오면 북극곰이 다니던 이 길이 없어질지 모른다. 지구온난화로 여름철 북극의 해빙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독일 함부르크대 막스플랑크 기상 연구소의 더크 노츠 박사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지구물리학 연구보'에 "2050년 이전에 북극에서 여름 해빙이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발표했다.

북극은 연중 해빙으로 덮여 있다. 해빙은 바닷물이 얼어 있는 상태로, 육지에 내린 눈이 응축된 빙산이나 빙붕, 빙하와 다르다. 그동안 북극 해빙은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에는 면적이 감소했다가 겨울이 되면 다시 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최근 수십 년 사이 북극해의 해빙이 급감했다. 1979년 위성 측정이 시작된 이후 해빙 면적은 40%, 해빙량은 70%가 줄어들었다.

해빙을 건너고 있는 북극곰. 온난화가 계속되면 2050년 이전에 북극에서 여름에 해빙을 볼 수 없다는 전망이 나왔다.

노츠 박사는 전 세계 연구 기관 21곳과 공동으로 지구온난화가 북극의 해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기후 모델 40가지로 진행한 모의 실험을 토대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고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노력이 부족할 때 북극 해빙이 어떤 변화를 겪을지 예측했다. 예상대로 모의 실험에서 북극의 해빙은 여름에 빠르게 사라졌다. 일부 모의 실험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도 북극의 여름 해빙이 사라지는 것은 막지 못한다고 나왔다. 이미 한계치를 넘었다는 의미다.

해빙이 사라지면 북극 생태계와 기후도 큰 영향을 받는다. 해빙은 북극곰과 바다표범, 물개 등의 서식지이자 사냥터이다. 또 햇빛을 반사해 북극의 온도 상승을 막는 역할도 한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캐나다 맥길대의 브루노 트렘블레이 교수는 "북극 해빙 감소는 얼음에 의존하는 북극 생물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북극 해빙이 얼마나 자주 사라질지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달렸다"며 "온실가스 배출이 빠르게 줄어들면 간헐적으로 북극에서 해빙이 없어지겠지만, 배출량이 늘면 여름에 해빙이 없는 해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