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유튜브 공식 채널이 가수이자 연기자 비(본명 정지훈) 노래 ‘깡’의 뮤직비디오에 비가 출연한 영화인 ‘자전차왕 엄복동’을 조롱하는 댓글을 남겼다가 논란이 일자 결국 사과했다.

통계청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대한민국 통계청’은 지난 1일 가수 비의 뮤직비디오 영상에 “통계청에서 깡 조사 나왔습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댓글 내용은 “2020년 5월 1일 오전 10시 기준, 비 RAIN – 깡 GANG Official M/V 조회수 685만9592회. 39.831 UBD입니다”였다.

논란이 된 통계청 유튜브 공식 계정 '대한민국 통계청' 담당자의 댓글.

논란이 된 부분은 ‘UBD’라는 표현이었다. UBD는 가수 비가 출연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Race to Freedom : Um Bok Dong)에서 주인공 이름의 영문 이니셜을 따서 붙인 네티즌 신조어다. 지난해 2월 개봉한 이 영화는 제작비 약 150억원을 투입했으나 기대 이하의 완성도로 관객들의 혹평을 받으며 최종 누적 관객수 17만2212명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이 영화가 대표적인 흥행 실패로 관심을 모으면서 네티즌 사이에선‘UBD’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영화 누적 관객수 17만명을 빗대 ‘1UBD’라는 새로운 영화 흥행 계산 단위가 나온 것이다. 1UBD가 ‘17만’, 2UBD는 ‘34만’ 등을 의미하는 식이다. 관객수 약 1700만명을 동원한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인 ‘명량’은 ‘100UBD’로 불린다. UBD는 영화의 저조한 관객수를 조롱하는 용어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국가 통계를 기록하고 발표하는 통계청의 공식 유튜브 계정이 이 용어를 사용하자 연예인을 조롱하는 것 아니냐는 항의가 잇따랐다. 결국 통계청은 5일 공식 유튜브 채널 게시판에 올린 사과문에서 “국민과 스스럼 없이 소통하고자 가수 비 뮤직비디오에 댓글을 쓰면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부정적 의도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그 부분까지 고려를 못하고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죄송하다”고 했다. “앞으로 국민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헤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1일 1깡' '깡 챌린지'…'깡', '엄복동' 흥행 참패 후 '역주행' 열풍

통계청 유튜브 계정이 댓글을 단 컨텐츠는 비가 2017년 12월 발매한 미니앨범 ‘마이 라이프 애(MY LIFE 愛)’의 타이틀 곡 ‘깡’이다. 이 노래는 비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선보인 힙합 장르의 곡이었지만 흥행에선 참패했다. 가사와 멜로디, 뮤직비디오 연출 등 곡 자체가 총체적으로 촌스럽다는 지적이 많았다. 비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노래 깡은) 너무 획기적인 실험을 한 것이다. (이후) 이런 건 하면 안 되겠구나, 이런 경계선을 알았다”고 말했다.

소위 ‘망한 노래’였던 깡은 지난해 초 비가 주연을 맡은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이 흥행에 참패한 뒤 되레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처음 이 게시물엔 과거 음반과 드라마 등에서 연이어 흥행하며 인기스타 반열에 올랐던 비가 이후 시대 흐름을 좇지 못하고 연이어 작품 활동에 실패하자 이를 조롱하던 댓글이 주를 이뤘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댓글란에서 깡에 대한 감상평을 남기는 것이 유튜브에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된 것이다.

2019년 2월 조회수 200만을 기록했던 깡 뮤직비디오는 이달 들어서 조회수가 700만을 넘는 등 ‘역주행’ 콘텐츠가 됐다. 최근에는 “하루에 한 번씩 깡을 본다”는 ‘1일 1깡’이라는 유행어와 깡 뮤직비디오에 나온 비의 춤을 따라하는 ‘깡 챌린지’라는 말도 생겼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통계청 유튜브 계정이 인기 컨텐츠로 재부상하는 깡에 ‘UBD’라는 표현을 사용한 댓글을 남긴 데 대해 “유쾌하게 받아들이자”라는 반응도 있지만 “정부 공식 채널에서 이런 밈 현상에 편승해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