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만여 유·초·중·고가 다음 주부터 순차적으로 등교 개학에 들어간다고 교육부가 발표했다. 45일간 계속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오늘로 종료되고 6일부터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하는 데 이어 닫혔던 학교 문까지 열기로 한 것은 우리 사회가 코로나에서 벗어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때 매일 수백 명 발생하던 코로나 새 확진자는 최근 하루 한 자릿수 안팎으로 떨어지고 8000명 가까이 치솟았던 격리 치료 환자도 1300명 수준으로 줄었다. 방역 최일선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검사·치료에 헌신한 의료진과 묵묵히 방역에 협조해온 국민이 함께 일궈낸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등교 개학을 무작정 환영하기엔 불안한 게 사실이다. 전국 2만여 유·초·중·고에 다니는 학생은 604만명, 교직원은 50만명 가까이 된다. 지금까지 따로 지내던 650만명이 매일 등하교하고, 학교라는 같은 공간에서 공동생활을 하면 감염 위험은 지금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전국 2만여 학교에서 방역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코로나 방역의 최종 성패가 결정될 수 있다. 학생들이 학교 현장 수업에 안정적으로 적응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역에 최우선을 둬야 한다.
그러려면 등교 개학 전까지 점검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마스크·소독제·체온계 같은 방역 물품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것은 물론 교실·복도·급식소 등 학교 내 모든 장소에서 감염 위험을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 학생들의 하루 동선을 시간대별로 구체적으로 파악해 그에 따른 물리적 안전 거리를 확보하는 대책도 빠짐없이 갖춰야 한다.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움직일 때는 교사가 동행 인솔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가운데 어느 한 가지라도 부족하면 등교 개학이 코로나 감염 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방역 모범국 소리를 듣던 싱가포르는 지난 3월 등교 시행 이후 확진자가 급증하자 지난달 다시 학교 문을 닫아야 했다. 우리도 지난 넉 달 의료진과 국민 노고로 겨우 누그러뜨린 코로나 사태가 등교 이후 재발하는 일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지금까지 의료진이 맡아온 코로나 방역을 전국 학교와 50만 교직원이 떠맡는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