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얼어붙었던 금융권 채용 시장에 조금씩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국책은행들이 미뤄뒀던 상반기 대졸 신입 공채 스타트를 끊었고, 시중은행과 금융공공기관도 인재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공채 대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한 은행이 늘어난 데다, 각 은행이 디지털 인력 강화에 나서면서 전통적으로 금융권 인력을 많이 배출해온 문과(文科) 출신의 취업문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시중은행 '수시 채용' 중심
현재 신입 행원 공채를 진행 중인 곳은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기업은행, NH농협은행이다. 기업은행은 11일까지 지원서를 접수, 7~8월 중 상반기 신입 행원 250명을 채용한다. 지난해에 비해 30명 늘어난 규모다. 산업은행도 8년 만에 상반기 공채를 부활, 50명 규모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NH농협은행도 미뤄뒀던 채용 절차를 13일부터 재개한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연말 채용 공고를 낸 뒤 2월 필기 합격자 발표까지 마쳤지만, 코로나 사태 때문에 면접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시중은행은 주로 수시 채용으로 사람을 뽑고 있다. 우리은행은 디지털·IT·투자은행(IB)·자금 등 네 부문에 올해 처음으로 수시 채용을 도입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일부 전문 분야에 수시 채용을 도입한 신한은행도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기업금융 분야 채용 공고를 냈다. 금융 공공기관의 경우 서민금융진흥원이 7월 입사를 목표로 5월 중 채용 공고를 낼 예정이다. 금융보안원도 7~15일 입사 지원서를 받는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7월 중에 신입을 뽑는 채용형 청년 인턴 공고를 낼 계획이다.
◇'디지털 금융' 대세에 좁아지는 취업문
4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의 올 상반기 공개 채용은 사실상 '제로'로 떨어졌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상반기 공채가 원래 없었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상반기 공채는 하반기로 미뤄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이 점차 줄고 영업 환경도 크게 변화하는 중이어서 공채로 일반 행원을 매년 대규모로 한 번에 채용하는 데 한계를 느끼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신한·우리은행이 상반기 공채를 건너뛴 만큼 하반기 공채 규모가 평년보다 커질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코로나 2차 대유행과 경기 위축 등이 변수다.
하지만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디지털·IT 등 전문 인력 채용은 수시 채용으로 이뤄지고 있다. 문과 출신 취업 준비생들의 주요 취업처였던 은행도 '디지털 금융 시대'로의 변화에 맞춰 이과 출신 채용에 집중하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업무가 비대면 중심으로 빠르게 옮아가면서 은행 채용도 '디지털 금융 인재 확보'가 핵심이 됐다"며 "이 분야 인재들은 은행 취업을 크게 선호하지 않아 수시 채용으로 최대한 잡아두려 한다"고 했다.
은행권에도 이과생과 경력직을 우대하는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문과 대졸 취준생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 4년제 대학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24)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취업문이 좁아진다는 생각뿐"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취업해 탈출하는 것만이 답인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