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는 폭풍 속의 등대다." 미국의 베런버그 캐피털마켓의 네이트 크로셋 애널리스트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 관련 주식의 상승 가능성을 점치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는 가운데 데이터센터는 오히려 수요가 늘며 급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구글·인텔·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테크 회사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 실물경제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상황에서도 올 1분기 데이터센터 사업 부문에서 호실적을 거두며 작년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 IT 업계에서는 "지금은 데이터센터를 빼고는 어떤 성장 사업도 이야기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데이터센터가 대체 뭐기에 IT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일까.

강원도 춘천에 있는 네이버 제1 데이터센터 '각(閣)' 내부에서 직원이 모니터로 데이터센터 가동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지난 2013년 6월 구축된 이 데이터센터의 이름은 고려 시대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경남 해인사의 '장경각'에서 따왔다.

◇'서버 호텔' 데이터센터 급증

최근 기업과 개인들은 작업한 각종 결과물을 컴퓨터에 단순 저장하기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외부 서버에 저장해 놓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대형 서버들이 대규모로 모여 있는 물리적 공간이 데이터센터다. 현재 전 세계에 570곳 정도 하이퍼스케일(초대형·면적 2만3000㎡ 이상) 데이터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보통 이러한 초대형 데이터센터 1곳에는 서버가 최소 10만대 이상 있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는 '서버 호텔'이라 불린다.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주로 소유하고 운영하는 곳은 아마존·MS·구글·페이스북·알리바바 등 대형 IT 업체들이다. 이들은 서버를 특정 기업에 빌려주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IT 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진행하며 회사마다 직접 서버를 구축하고 관리하기보단 비용이 상대적으로 싸고 관리가 편리하며 빅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에는 2018년 기준 데이터센터가 155곳 정도 있다. 연평균 5.7% 증가하는 추세다. 경기도 평촌에는 LG유플러스의 데이터센터가 있고, 강원도 춘천에는 삼성SDS네이버의 데이터센터가 있다. 네이버는 세종시에도 제2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MS도 올 5월부터 부산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코로나가 기름 부은 데이터 사용

데이터센터는 IT 산업이 발전하며 꾸준히 증가해왔다. AI(인공지능), 5G(5세대 이동통신), 빅데이터 등이 떠오르면서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데이터센터도 점차 많아진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16년 전 세계 데이터 사용 총량은 약 16ZB(16조GB)였으나 2025년엔 그 10배인 163ZB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도 2017년 1549억달러(약 189조원)에서 연평균 10.2% 성장해 2020년엔 2062억달러, 2022년엔 2519억달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집에서 머무르며 넷플릭스를 보고, 페이스북 등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데이터 사용량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는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로 이어진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달 23일 미국 시장조사기관 '시너지리서치그룹'을 인용해 "지난 1분기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데이터센터 매출은 작년 한 해 전체 매출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서버 덕에 삼성전자 반도체도 호조

데이터센터는 서버를 비롯한 네트워크, 저장공간인 스토리지, 메모리 반도체, 전력 공급·냉각 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데이터센터 내 서버에는 CPU(중앙처리장치)와 D램 반도체 모듈, 메모리 반도체를 이용한 SSD(대용량 저장장치) 등이 탑재된다.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 반도체 업체 매출도 덩달아 늘어나는 것이다. 올 1분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이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에도 나쁘지 않았던 것은 이러한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IT 업체들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며 고성능 저전력에 내구성이 높은 초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선호한다. 전기를 덜 잡아먹고, 뜨거워진 서버를 식히는 비용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하주차장 조명을 형광등에서 LED로 바꾸면 운영비가 많이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했다.

약 12만대의 데이터 서버를 보관할 수 있는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閣)'의 외부 모습.

이런 수요 때문에 시장에서 주목받는 것은 삼성전자의 반도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서버용 SSD 매출액 11억300만달러(약 1조3500억원)를 기록하며 인텔(9억6200만달러)을 제치고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올 1분기는 이보다 좋은 실적을 기록해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서버용 D램 메모리 반도체 매출에서도 압도적이다. 작년 4분기 기준 39억3600만달러(약 4조8000억원)를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 48%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D램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EUV(극자외선) 공정을 도입했고, 작년 9월엔 낸드플래시 메모리 안에서 일부가 오류 나더라도 전체 SSD는 문제없이 작동하는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장악력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 사태에도 서버용 반도체 수요는 지속 증가해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체의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