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온라인 학습에서 초등학교 1학년 강의를 맡은 이선희 교사는 '호랑이 선생님'으로 유명하다. 이 교사는 "오래전 학생이 지어준 별명인데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캐릭터가 됐다"고 했다.

'호랑이 선생님~ 정말 재미있어요. 1학년 아들도 집중하고, 3학년 아들도 우리 학교에 이 선생님이 계시면 좋겠다고 해요.' '아이들이 개그우먼이냐고 물어봐요ㅎ' '유튜버 같아요.' '엄마인 저도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어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분장하시고 신나게 수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EBS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

지난 20일 시작된 EBS(교육방송) 초·중·고 온라인 학습에서 초등학교 1학년 강의를 맡은 '호랑이 선생님' 이선희 교사가 학생은 물론 학부모로부터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학교생활 적응과 학습 준비 등을 1학년 초등생 눈높이에 맞춰 '햄버거 아저씨' '호떡 아줌마' 등 재미있는 노래와 율동으로 알려준다. 뻥튀기 과자를 들고 나와 "간식 먹으며 수업 들어도 된다. 먹으며 공부하니 더 좋지 않으냐"며 권하기도 한다.

이선희 교사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 중인 현직 교사이자 '생방송 선생님, 질문 있어요' '초등 국어 만점왕' 등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교재를 집필한 EBS 대표 강사. EBS 초등생 대상 강좌 스트리밍 순위 1~10위에 이 교사의 강좌 5개(3·4·7·8·10위·4월 22~28일 기준)가 올라 있다. 이 교사를 28일 밤 11시 경기도 일산 EBS 본사에서 만났다. 이때만 시간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 교사는 "원래 한 달에 두 번 촬영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1주일에 두 번 촬영하고 있다"며 "3시간 촬영해 30분짜리 강좌 하나를 만든다"고 했다.

―초등생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유튜버처럼 재밌다"고 한다.

"다행이고 고맙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면 나도 기쁘다.아이들 인생에서 본다면 나는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니까, 좋은 추억을 함께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이 팬이 직접 그리고 써서 보내준 '팬레터'.

―선물을 가지고 찾아온 어린이 '팬'도 있다고 들었는데.

"찾아온 아이는 없었다. 팬레터는 받았다."

―비결이 뭔가.

"원래 잘 웃고, 소소한 장난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다. 말하기보다는 남의 말을 잘 듣고 맞장구치는 편이다."

―호랑이 선생님이라는 별명은 어떻게 얻었나.

"오래전 우리 반 학생이 재미 삼아 지어줬다. 왜 호랑이라고 했는지는 잘 기억 나지 않지만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캐릭터가 됐다. 호랑이라는 말이 뭔가 무서울 것 같지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토끼, 사슴 같은 동물보다 입체적 캐릭터잖나. 아이들과 라포르(친밀한 관계를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가 형성되면 '이빨 빠진 종이호랑이'가 되기는 하지만."

―실제 교실에서 수업할 때는 어떤 모습인지.

"아이들이 각자 가지고 태어난 능력과 기질을 내가 없앨까 봐 조심스럽다.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다면, 그 안에서 자유롭게 사고하고 도전하게 한다. 다듬기보다는 밖으로 충분히 표현하고 보여주도록 유도한다. 뭔가를 넣어주기보다는 안에 있는 것을 꺼내 보이도록 노력한다."

―간식 먹으며 수업을 시청해도 된다고 권하던데.

"지난 20일 시작한 1학년 온라인 개학 프로그램을 봐야 하는 아이들은 교과서도 없이 집에 앉아 학교 냄새를 처음 맡아 보는 '유졸백수(유치원만 졸업하고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 못 한 올해 초1을 가리키는 말)'들이었다. 집에서 편한 분위기에서,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고 보기를 원했다. 내 이름을 알 필요도 없고 교사라는 걸 몰라도 된다고 봤다. 그래서 부르기 편하게 '호랑이 선생님'이라고 소개했다. 최대한 즐겁고 유연하게 해주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간식 이야기도 한 것이고. 아마 아이들도 내 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EBS 강좌는 어떻게 하게 됐나.

"같은 학교에 있던 교사가 먼저 했는데, 나한테 한번 해보라고 권했다. 원래 호기심 많고 도전하는 성격이라 오디션을 봤다. 오디션은 카메라 앞에서 수업 시연을 하는 거였다."

―실제 학교 교실에서도 방송처럼 수업하나.

"방송 강의는 강사 개인의 자질이 아주 중요하다. 교실에서의 수업은 성격이 다르다. 특히 초등학교 수업은 교과서를 수단으로 학생 활동 위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변수도 많고 교사 간의 협업도 필요하다. 생활 지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또 중요한 건, 교실에서는 학생들끼리 보고 배운다는 점이다. 그럴 수 있는 자리와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게 교사다."

―교실에서 학생들이 서로 보고 배울 수 없는 현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친구 역할을 부모나 형제 등 가족들이 할 수밖에 없다. 방송 프로그램 만들 때 가족과 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이선희 교사의 초등학교 1학년 강좌 장면.

―아이들이 선생님의 수업에 놀랍도록 집중하더라.

"학교 수업에서도 직접 보여주기, 그림으로 표현하기를 이용한다. 아이들의 반응이 확실히 다르다. 즐거우니까 배우려 하고, 이해가 되니까 재미있어한다. 그 맛에 몸으로 표현하고, 상황극을 위해 목소리와 몸짓을 바꾸기도 했다. 무생물을 생명이 있는 양 설정하는 버릇도 생겼고. 그것이 학생들의 집중력과 공감력을 유지하는 방법 같다. 아이들이 나를 편하게 여기도록 해주기도 한다."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학부모들이 많이 부러워한다.

"아이들은 저학년이든 고학년이든 그림을 좋아한다. 그래서 처음 담임교사를 맡았을 때 도안책을 사서 연습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건 아니지만, 사물의 특징만 살려서 그려주면 아이들이 다 이해한다. 어려운 학습 내용이나 지루한 부분을 지나갈 때 그림을 이용하면 훨씬 쉽고 재미있게 이끌고 나갈 수 있다."

―초·중·고 교사와 대학교수들이 영상·온라인 강의 때문에 고민한다. 당신만의 비결은.

"EBS 방송은 출연 교사와 연출 피디, 촬영 감독 등 여러 전문가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완제품이다. 그런 완제품을 교사나 교수에게 기대할 수는 없다. 또 방송 강의와 오프라인 수업은 성격이 다르다. 방송에서 요구하는 교사의 자질과 학교 수업에서 요구하는 교사의 자질은 구별해야 한다. 지금 현장의 교사들은 초유의 비상 상황을 맞아 온라인 수업에 맞게 수업 방법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학생 관리와 수업 방법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운 시기다. 당장 그 노력이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겠지만, 두고 보라. 앞으로 많은 변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당분간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할 듯하다. 집에서 뭘 해주면 좋을까.

"위기가 오히려 기회다. 아이에게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이번 기회에 잘 알게 됐으리라 생각한다. 앞에서 아이를 끌기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방향이 맞는다고 본다. 기본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라면 그 점을 집중 공략하고, 좋아하는 분야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아이라면 학교가 해주지 못하는 것을 선물해도 좋겠다."

―집에서 아이를 공부에 집중시키기가 너무 힘들다.

"예전에 유행한 '당연하지!'라는 게임 기억하나? '아이들이 똑바로 앉아 긴장하며 집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당연하지!' '내 뜻대로 집중해 주지 않는 자식, 나는 정말 화가 나!' '당연하지!' 아이들 눈에 보호자는 선생님이 아니다. 엄마나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살아오지 않았나. 갑자기 다른 역할을 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아이를 탓할 필요도, 자책하며 속상해할 필요도 없다. 곧 등교 개학할 때까지만 고생하면, 그 이후에는 학교에서 교사들이 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