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족의 대탈출'이 시작됐다. 석가탄신일부터 어린이날까지 '4말 5초 황금연휴'. 길게는 엿새다. 이 기간에 18만명이 제주행 비행기를 탄다. "여행을 떠나더라도 2m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지켜달라"고 방역 당국은 당부한다. '아무튼, 주말'은 계절의 여왕 5월을 앞두고 성인 남녀 5029명에게 '코로나 사태 속 황금연휴 계획'을 설문 조사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황금연휴에 슬기롭게 집 밖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대안 공간도 살폈다.
응답자 절반 이상 '집 밖으로'
워킹맘 정윤서(39·서울 성수동)씨는 지난 3월 항공사로부터 6개월 전 미리 예매해둔 미국 라스베이거스행 항공권이 자동 노선 변경·취소·환급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취소당하고 나니 막상 이번 황금연휴에 뭘 하며 보내야 할지 막막했어요. 무조건 집에 있자니 아쉽고 나가려니 불안하고."
나갈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눈부시게 화창한 황금연휴에 남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아무튼, 주말'이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와 함께 '코로나 사태 속 황금연휴 계획'에 대해 물었다. 20~60대 5029명이 응답했다. 43.4%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며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집 근처 공원 등 야외 공간에서 보낼 예정이다'(20.4%) '미용 관리 등 평소 못한 것을 할 계획이다'(13.8%) '동네 카페 등 가까운 휴식처에서 기분 전환할 계획이다'(11.2%) '국내 여행을 할 계획이다'(9.9%) 순으로 답했다. 절반 이상이 집콕 생활을 잠시 해제하는 셈이다.
'코로나 사태 전후 연휴 계획 변동'을 묻자 53.7%가 '황금연휴 계획이 달라졌다'고 답했다. 집을 나선 이들의 움직임도 참고해볼 만하다. 이번 황금연휴에 선호하는 공간에 대해 '집 근처 동네 공원이나 산책로'(48.1%) '여행 기분 내는 근교 나들이 명소'(20%) '레저 활동을 할 수 있는 한강·서울숲 등 야외 공간'(9.1%) '영화관이 있는 복합쇼핑몰'(8%) '연휴 기간에 임시 개장·운영하는 명소'(6.8%) '유명 여행지'(5.8%) 순이었다. 인파와 혼잡 시간대를 피하는 게 최선이다.
코로나로 휴장했다가 재개장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완화되자 그동안 코로나로 운영을 중단했던 곳들이 개장 소식을 알리고 있다. 우선 다소 위험도가 낮은 야외 공간인 자연휴양림 43곳, 수목원 2곳, 국립치유원 1곳, 치유의 숲 10곳이 입장을 허용한다. 다만 숙박시설은 감염병 확산 추이에 따라 나중에 개방할 예정이다. 국립 시설들은 방역 측면에선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다.
지난 23일부터 야외 전시 구역에 한해 무료 운영 중인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고산생태원엔 '향기가 백리까지 퍼진다'는 백리향이 만개했다. 코로나 휴장으로 썰렁하던 야외 공간이 모처럼 화사하다. 8월 2일까지 사슴생태원 일대에선 '동물 찻길 사고(로드킬) 특별전'을 연다. 로드킬로 희생되는 야생동물의 실태를 알리고 사람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실천 방법을 제안한다. 현재 에코리움 휴관으로 관람객 수송용 전기차는 운영하지 않는다.
코로나로 문 닫았던 지자체 시설들도 속속 재개장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자연휴양림은 재개장 첫 주말인 지난 25일 휴대용 그늘막과 텐트, 피크닉 매트 등을 들고 나선 나들이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숙박, 야영 데크, 집라인과 에코어드벤처 등은 여전히 이용 불가. 하지만 반나절 만에 잔디광장 주변으로 텐트와 피크닉 매트가 띠를 두르듯 자리를 잡았다. 조진호 용인시 산림과 주무관은 "코로나 사태 추이를 감안해 시설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며 "야외 시설이라 하더라도 자연휴양림 방역실천지침을 준수해 화장실 등 공공시설을 이용할 땐 반드시 마스크 착용 후 2m 거리 두기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강과 바다, 운하를 오가던 유람선도 운항을 재개했다. 풍경이 '잠시 멈춤'에서 '플레이'로 바뀌고 있다. 4개월간 발이 묶였던 충북 괴산군 산막이 옛길 관광 유람선(산막이길 영농조합법인, 대운선박)도 지난 22일부터 물길을 가르기 시작했다. 유람선 4척이 산막이 옛길 초입 주차장 인근 차돌바위선착장을 출발해 비학봉호는 산막이 마을까지 운항한다. 대운2호는 괴산호 전체를 한 바퀴 돌아오는 코스다. 괴산댐 일대는 생태 관광 코스로 주목받는 곳인 만큼 수려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유람선 승선 전 발열 체크와 손 소독은 필수. 마스크 미착용자는 승선할 수 없다. 경북 포항 포항크루즈 등도 운항을 재개했다.
재개장 할인이나 이벤트를 하는 곳도 있다. 지난 30일 재개장한 경북 문경의 영상복합테마파크인 에코랄라는 이용요금을 3000원씩 내렸다. 성인 1만4000원·청소년 1만2000원·어린이 1만원·경로 6000원이다. 문경시민과 오후 4시 이후 입장객은 이용료를 50% 할인해준다. 소독 후 입장할 수 있으며 실내 전시 공간인 에코타운, 석탄박물관 등에선 마스크를 착용해야 관람할 수 있다. 야외 놀이터인 자이언트 포레스트나 사극 촬영지로 유명한 가은오픈세트장 등에선 거리를 두며 관람하기를 권장한다.
배우 임채무가 운영하는 경기도 장흥 두리랜드는 리모델링을 마치고 지난 30일 '콘텐츠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5월 5일까지 두리교육체험관을 제외한 실·내외 시설 전체를 운영하고 6일은 휴장한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피크닉 공간 경기도 고양 '플랜테이션'은 휴장 기간 리뉴얼 후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 씨티칼리지 캠퍼스로 이름을 바꿨다. 오는 5일까지 10만㎡(3만 평) 공간 중 잔디광장과 산책로를 부분 개방하고 푸드트럭 5대를 운영한다.
코로나로 휴장했다가 재개장하는 곳은 방문 전 개방·운영하는 시설 정보와 관람법 등을 확인하고 가는 게 좋다. 일부 시설은 관람객이 몰릴 경우 추가 방역을 이유로 한시적으로 폐쇄하거나 예약제로 전환할 수도 있다.
캠핑장도 '사이트 거리 두기'
코로나 사태 후 일부 캠핑족 사이에서는 '사이트 거리(간격) 두기' 캠페인이 벌어졌다. 텐트를 칠 때 옆 텐트와 어느 정도 간격을 유지하자는 생존법이다. 네이버 캠핑 커뮤니티 '초보캠핑'에 사이트 거리 두기 장려 글을 올렸던 경기도 가평 '명돈골오토캠핑장' 운영자 이병훈(46)씨는 "4월 한 달간 해보니 반응이 좋더라"며 "연휴 기간엔 예약자들이 몰려 간격 두기가 쉽지는 않지만 어떤 캠핑장을 이용하든 이웃 사이트들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생활 방역 지침을 따르며 캠핑을 하는 게 모두를 위해 안전하다"고 했다.
황금연휴 기간 전국의 인기 캠핑장 역시 실시간 예약 마감을 알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사이트(구역) 거리 두기가 가능할 정도로 넓거나 조용히 캠핑할 수 있는 캠핑장, 공용 시설인 화장실과 샤워실을 개인별로 사용할 수 있는 캠핑장은 예약률이 높다. 캠핑족 사이에서 '5성급 캠핑장'으로 꼽히는 곳이다. 한 사이트당 한 개의 화장실과 샤워시설을 갖춘 경기도 연천 나린오토캠핑장의 '해지기 프리미엄 사이트'는 5월 주말 예약이 끝난 상태다. 평일에도 대여섯 팀이 꾸준히 찾는다고 한다.
지난 23일 세 자녀와 함께 2박 3일 캠핑하던 이용객 이진구(39)씨는 "집콕 생활을 하다가 답답하면 캠핑장에 가는데, 공용 시설인 화장실과 샤워실 사용이 걱정돼 개별 화장실과 샤워실을 갖춘 캠핑장을 일부러 찾아다닌다"고 했다. 지난 4월 18~19일 가족과 춘천 숲자연휴양림캠핑장을 찾은 이수연(37)씨도 "코로나 사태 이후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편의시설을 잘 갖춘 대규모 캠핑장보다는 화장실과 샤워실부터 본다"며 "접촉하는 인원이 많은 곳보다 규모가 작고 오지(奧地) 캠핑 기분을 즐길 수 있는 한적한 캠핑장을 찾는다"고 했다.
숙박까지 해야 하는 장거리 여행보다는 근교 당일치기 나들이를 택하는 쪽이 많아지면서 드라이브 겸 야외 좌석을 갖춘 정원 카페나 전망 카페에도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엔 테라스 좌석뿐 아니라 방갈로 형태의 좌석에서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방갈로 카페, 평상 자리를 갖춘 카페나 식당이 인기다.
경기도 가평 라틴정원은 호명산 드라이브 길 중턱에 있다. 북한강 전망에 띄엄띄엄 거리를 두고 자리 잡은 방갈로 좌석은 주말의 경우 현장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만석을 이룬다. 평일엔 이용 제한이 없으나, 주말에 한해 음료 및 디저트를 2만원 이상 주문하면 최대 2시간 이용할 수 있다.
피크닉을 즐길 때 서로 방해받지 않게 옆자리와 거리를 두고 앉는 건 기본 매너다. 서울숲 등 주요 나들이 명소엔 이미 그렇게 자리를 잡는 분위기다. 지난 24일 초등학생 딸 친구들과 방화수류정 부근 연못인 용연으로 피크닉을 나온 유리나(42)씨는 "전망이 좋은 자리일수록 거리 두기가 되지 않는 것 같다"며 "여유를 즐기고 싶어서 혼잡한 시간대를 피해 나들이하곤 한다"고 했다. 주요 피크닉 명소 주변엔 피크닉 용품을 빌려주는 카페가 인기다. 대여 가격은 대체로 커피 등 음료 2잔과 디저트 포함 2만원부터다. 주말에 이용할 계획이라면 최소 3~4일 전 예약해야 한다. 피크닉 용품은 대여 카페에서 자체 소독을 하기도 하지만 손 소독제 등으로 꼼꼼히 재소독하고 나서 사용하기를 권한다. 방심은 금물이다. 연휴는 끝까지 즐거워야 하니까.
코로나는 현재진행형, 소독제·마스크·경계심 챙겨가세요
거리 두기 여행 행동 요령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맞는 황금연휴를 그저 마음 편히 즐길 수만은 없다. 의료진과 방역 당국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29일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과에서 발표한 '사회적 거리 두기 시기 여행 경로별 행동 요령'을 참고할 만하다. 이번 연휴엔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 되도록 자가운전을 권한다. 운전대를 잡기 전 손잡이 등을 소독하고 승차 전에 손소독제를 사용하고 출발한다. 이동 중에도 수시로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게 좋다.
대중교통을 탈 경우 온라인 예매나 자동 발매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줄 서지 않고 비대면 발매로 감염 위험률을 낮추자는 취지다. 고속도로 휴게소를 이용해야 할 땐 혼잡 시간대를 피한다. 주문 앱으로 비대면 주문을 하고 야외 좌석을 우선 고려한다. 실내에선 최대한 거리를 두고 식사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비말로 감염될 수 있다. 식사할 땐 침묵이 금(金)이다.
쇼핑을 할 경우는 물건을 손으로 만지지 말고 눈으로만 확인한다. 현금과 카드, 상품을 주고받은 뒤엔 반드시 손소독제로 소독한다. 숙박시설에서도 소독을 철저하게 하고 생활방역 지침을 따른다.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즐길 때 사용하는 장비 역시 여럿이 쓰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 헬멧 등 손이 닿는 부분은 소독한다.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유 자전거는 소독이 필수다. 야외 활동을 할 때도 2m 이상 거리를 유지한다. 이 밖에도 나들이 장소의 공용화장실이 꺼림칙하다면 비교적 인파가 덜 몰리는 인근 상가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