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 하나. 코로나 시대, 새롭게 생겨난 전 국민 3대 취미는? '달고나 커피 만들기' '수플레 오믈렛 만들기' '대파 키우기'. 10여년 전 각 가정에서 콩나물·대파를 길러 먹던 풍경이 기억나시는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요즘 각 가정에서 다시 식물 키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그중에서도 표고버섯·콩나물·대파 등 식용 식물이 인기가 좋다. 매일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고, 키우기가 쉬우며, 수확도 가능하다. 특히 대파는 흙이나 화분 없어도, 빈 병과 물만 있으면 어디서든 키울 수 있다. 번거롭게 모종이나 씨를 구할 필요도 없다. 누구나 냉장고 야채칸에 대파 한 단쯤은 자리하고 있으니까.
17년 전 방학숙제 이후 파 키우기 처음
경기도 수원에서 혼자 사는 이모(28)씨도 4월 중순부터 수경재배로 파를 기르고 있다. 이씨는 "외출도 자제하고 집에서 음식을 주로 해먹다 보니 생각보다 파가 요리에 많이 들어가더라"며 "파 뿌리는 어차피 요리에 잘 쓰지 않으니, 키워서 조금씩 재배해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했다.
코로나로 바깥 활동이 줄어들면서, 식물 기르기에 시간을 쏟을 여유가 생겼다는 점도 한몫했다. 다 먹은 딸기잼 병을 씻어, 대파 두 뿌리를 물에 담갔다. 어렸을 때 방학숙제로 양파를 기른 이후 식물을 키워본 건 17년 만에 처음. 일주일이 지나자 대파의 키가 부쩍 커졌다. 2주가 지나 대파에 하얗게 꽃이 피었다. 이씨는 "대파에 꽃이 피는 줄 처음 알았다"며 "처음엔 재미 삼아 식비 절감이나 해볼까 했는데, 매일 물 주고 가꾸는 만큼 자라는 대파의 정직한 모습에 코로나로 우울했던 마음이 달래졌다"고 했다.
실제 유튜브에는 대파 기르기와 관련한 영상이 최근 3개월간 10여개 올라와 있다. 매일 대파 기르는 모습 등을 공개하는 소셜미디어의 '대파 기르기' 해시 태그(검색을 쉽게 하려 #을 붙이는 것)에 등록된 게시물도 100개를 넘어선다.
정서적 안정 위해 지자체도 적극 장려
식물 기르기는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 특히 인기다. 무료한 아이들에게 매일 물주기 등 소일거리를 주고, 책임감도 길러준다. 실제 코로나 인기 아이템으로 떠오른 '표고버섯 기르기' 키트는 코로나 이후 판매량이 다섯 배 이상 급증했다. 참나무 톱밥으로 만든 통나무 모양 배지(培地)에 버섯 종균을 심은 것으로, 분무기로 물만 몇 번 뿌려줘도 금세 버섯이 올라온다. 서울 강남구에서 6세 아이와 함께 표고버섯을 키웠다는 김지연(35)씨는 "아이가 다른 식물에도 부쩍 관심을 자주 보인다"며 "정서적 안정은 물론이고 교육적인 효과도 큰 것 같다"고 했다. 배우 박시연도 28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표고버섯 키우는 모습을 공개하면서 "아이들과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이런 거 키우는 재미도 있네요. 버섯 안 먹던 딸들도 직접 키우니 표고볶음 뚝딱"이라고 썼다.
식물 키우기는 각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화훼농가 등을 돕고, 시민의 정서적 안정을 돕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27일부터 라벤더와 로즈메리 등 허브식물 1만 본을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서울 성동구는 지난 3월 23일부터 홀로 사는 노인을 대상으로 '콩나물 기르기 키트'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에선 '쿼런틴가드닝' 인기
해외에서는 '쿼런틴가드닝(quarantinegardening)'이란 해시 태그가 인기다. 격리를 뜻하는 '쿼런틴(quarantine)과 식물 기르기를 뜻하는 가드닝(gardening)이 합쳐진 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외출 금지령이 떨어지자, 자가 격리 생활을 하며 식물을 기른다는 뜻이다.
미국 주간지 뉴요커는 지난 7일(현지 시각) "정원이 없는 사람들도 플라스틱 상자에 구멍을 뚫어 식물 기르기를 시작했다"며 "음식 재료를 재배하고 보존하는 것은 삶이 계속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이라고 했다. 미국 뉴욕에서는 자급자족을 위해 식용 식물을 기르는 경우도 많다. 영국 일간 가디언 역시 지난 26일 식물 기르기 열풍을 다루며 "사람들은 새로운 불안의 시대에 새로운 싹을 관찰하는 데서 평화를 느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