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아이돌 스타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성인 비디오(AV)에 등장하는 여성의 얼굴을 특정 연예인의 얼굴로 바꾼 채 만든 음란물이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악화하자, 우리나라 국회는 지난 3월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들어 유통했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오는 6월부터 이 법이 적용된다. 그러나 처벌 규정이 없는 나라에서 국내 아이돌 스타가 등장하는 딥페이크 음란물이 제작돼 유통될 경우 사실상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딥페이크란 단어는 심층 기계 학습을 의미하는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단어와 가짜를 의미하는 '페이크(fake)'가 합쳐 만들어진 단어로, 인공지능(AI)을 사용해 가짜 영상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의미한다. 최근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딥페이크 음란물은 합성의 흔적을 찾기 어려워졌다.
네덜란드의 사이버 보안연구 회사인 '딥트레이스(Deeptrace)'에 따르면 전 세계 딥페이크 영상은 1만5000여 개다. 이 가운데 음란물이 절대다수(96%)다. 특히 이 음란물에 등장한 얼굴의 25%는 한국 여자 연예인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한류 문화가 확산하면서 한국 여성 연예인 인기가 많다 보니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한국 여성 연예인을 등장시킨 영상물이 외국에서 제작되고, 제작된 국가에 딥페이크와 관련된 규정이 없다면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음란물이 올라와 있는 사이트 주소를 추적해 보니 서버가 중앙아메리카 국가 파나마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남미의 우루과이와 호주 등지에서도 국내 연예인을 합성한 음란물이 제작되고 있다고 했다. 상당수 국가는 딥페이크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 미국은 최근 들어 딥페이크 영상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했다. 버지니아·뉴욕·텍사스주 등은 딥페이크 음란물 유포를 금지하는 등의 법안을 제정했다. 그러나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는 주도 적지 않다. IT 업계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처벌 규정이 없는 나라에 사는 사람이 우리나라 아이돌 스타를 등장시킨 영상을 만들 경우, 국내로 데려오지 않는 이상 처벌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