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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의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전 국민이 어느 때보다 '방역'이라는 말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동선은 모두 '방역 완료'를 거쳐야 안심하고 오갈 수 있게 되며, 남녀노소 모두가 매일 거르지 않고 시행하는 손 소독 역시 방역의 일환이다. 하지만 이 '방역'에 대해 일반인들은 사실 제대로 알지 못한다.

40여 년 약사 경력의 정관훈 성인제약 대표이사는 국내에 드문 약사 출신 방역 전문가로, 방역 약품 제조회사 성인제약을 이끌고 있다. 성인제약은 1980년대 뇌염의 주범인 모기 살충제부터,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99.9% 사멸시키는 종합방역살균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방역 약품을 내놓았다. 그는 필생의 사명으로 '선진 친환경 방역' 일반화를 꼽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농약 및 유기인계독성성분 등의 화학물질들에 의존해 해충과 쥐 등을 박멸해 왔고, 이는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무공해 살충제가 개발된 상황에서, 지금도 공중방역용으로 이렇게 해로운 성분이 사용된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흔히 "방역이 완료됐다"고 하면 사람들은 안심하지만, 단순히 그래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하는 정관훈 대표와의 일문일답을 소개한다.

―무엇보다 대표님의 약력이 특이합니다. 약사 출신으로, 흔치 않은 방역 전문가의 길을 걸어오셨고 1978년부터 2020년까지 무려 40여 년 동안 감염병에 관한 사업을 계속해 오셨습니다. 또한, 이력 사항을 보니 환경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두드러집니다. 친환경 방역약품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일까요.

약사 출신으로서 시대별로 달라지는 감염병의 위협에 최전선에서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방역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친환경 방역이 저의 신념입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경제과학환경분과 위원장 및 새천년민주당 중앙당 환경위원장을 맡았고, 1999년에는 보건환경정책 전문지 '보건녹색문화'를 발행하며 지속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감사하게도 이러한 활동으로 대한민국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살충제, 방역 약품이라고 하면 인체나 자연에 유해할 것 같은 이미지가 크지만, 성인제약에서는 친환경적인 방역 약품만을 생산하고 보급한다는 자부심이 큽니다.

―지난해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대전에서 개최된 제31차 아시아, 오세아니아 국제방역연맹 총회 및 전시회(FAOPMA-Pest Summit)에서 모기와 바퀴벌레뿐 아니라 유해세균, 바이러스, 뇌염, 말라리아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친환경 방역 약품들을 다수 선보이셨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회사의 스테디셀러라고 할 수 있는 국내 최초 무공해 미생물방역살충제 '박토섹(모기, 흑파리, 깔따구 유충 방제용)'을 비롯해, 친환경 바퀴벌레 방역 약품 '젠트롤',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해 세균 등을 99.9% 박멸하는 신개발 종합방역살균제 엠피에스 원(MPS One), 다이렉트 이스타(Direct E Star)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을 전시해 국제 방역인들로부터 열렬한 환영과 관심을 받았습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코로나19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성인제약에서도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크게 기여할 살균제를 내놓았는데요, 전문가로서 국민 건강을 위해 우리나라 방역이 가야 할 방향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모기는 1년에 100만~170만 명의 인류를 희생시키는 해충입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는 그보다도 더 무서운 혼란을 초래했지요. 우리는 물론 세계가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성인제약의 엠피에스 원 살균제는 지난해 개발돼, 아까 말씀드린 대전에서의 전시회를 거쳐 지난 2월 말에 '코로나19 감염 예방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안내(2월 26일 질병관리본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발표)' 살균제 명단에 올라갔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고 난 뒤여서 코로나 바이러스 방제에 많이 적용하지 못한 점이 좀 아쉽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저는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방역협동조합이사장으로서 내성은 물론 독성과 내분비계 장애 추정 물질 등의 문제점을 가진 독성 살충제와 60여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비효율적 모기 성충 방역 청산이라는 뜻을 이루지 못해 아쉬움이 큽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알 수 있듯, 유해한 성분이 포함된 소독제나 살균제는 인간에게도 독이 됩니다. 방역을 담당하는 기관 및 담당자들이 다른 무엇보다도 높은 친환경성 및 방역 효율을 따져야 선진 방역의 길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선진 방역'이란 어떤 것인지 알기 쉽게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감염병 매개 해충인 모기 이야기를 해 보면, 선진 방역이란 쉽게 말해 친환경 전문방역약품을 사용하는 유충 방역입니다. 미국의 알라메다 카운티 모기 퇴치 시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매년 친환경 전문방역약품 위주의 모기 유충 살충제가 80% 이상 쓰이고 있습니다. 성인제약의 대표 상품인 박토섹과 알토시드가 바로 무독성 친환경 전문방역약품입니다. 박토섹은 WHO가 권장한 BTI(생물학적 유충살충제)를 주성분으로 해서 모기, 흑파리, 깔다구 유충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며, 인체는 물론 동식물이나 수생 생물에 유해하지 않습니다. 독성은 식염의 1/10 이하에 해당하는 수준이며, 환경호르몬으로부터도 안전합니다. 알토시드도 또 다른 유충방역살충제 '에스-메토프렌'을 주성분으로 하는 친환경 방역약품으로, 광범위한 지속성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도 농약 성분이나 유기인계 성충방역살충제가 널리 쓰이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심지어 북한에서도 이미 독성이 강한 농약 성분 살충제 사용을 지양하고 생물학적 유충살충제만을 사용하기 위해 협조를 받는다는 이야기는 세계의 방역 현실을 말해줍니다.

―유충방역과 성충방역의 차이는 무엇인지요.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유충방역이 바로 선진 방역이고 성충방역은 후진 방역입니다. 유충방역은 모기 등의 유충이 서식하는 물에 생물학적 유충살충제를 살포해 유충 단계에서 사멸시키는 것입니다. 다 자란 모기 성충을 박멸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 성충방역인데, 집에서 방문과 창문을 다 열고 모기약을 뿌린다고 살충 효과가 있을까요?

―흔히 말하는 흰색 연기 같은 소독약이 분무되는 '소독차'가 그런 성충방역에 해당되는 것인가요?

사실 그런 종류의 소독제는 색깔이 다 같습니다. 그 때문에 속사정을 모르고 그저 보기만 하면 무엇을 뿌리는지 알 수가 없지요. 방역약품이나 구매 리스트를 봐야만 제대로 파악할 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공공 방역에서 국민 건강을 위해 제대로 된 친환경 방역을 하지 않으면 피해자는 결국 우리 가족을 포함한 5000만 국민이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방역 전문가로서 추가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 경험으로 볼 때 감염병 예방에 각 지역 약사들을 활용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하나가 감염병 전문가인 약사들이라면 유해한 환경호르몬과 농약 성분이 들어 있는 방역 약품의 사용을 억제하고, 국가 방역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소나기가 쏟아진다고 화산이 멈추지는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방역약품 제조회사를 이끄는 한, 친환경방역 약품의 보편화야말로 항상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이라고는 해도 친환경 국민 보건을 위한 방역 사업체로서의 사명감과 신념이 중요합니다.

성인제약 제공

정관훈 대표이사는…

뇌염 어린이 보고 심각성 느껴 내성 생기는 기존 제품 대신 효과 큰 공동방역약제 첫 개발

1961년 조선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한 정관훈 성인제약 대표는 청년 시절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전남 영광 근방의 '눈 섬'에서 약국을 열었다. 정 대표는 이후 서울로 올라와 당시 결핵 병원이던 서대문 시립병원을 방문하고 결핵의 치명적인 심각성을 느꼈다. 이러한 계기로 그는 성인제약의 전신인 '한국소독약품'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창업해 결핵약을 제조하게 됐다.

이후에는 결핵에 이어 뇌염에 대적하기 위해 뇌염모기와의 전쟁에 나섰다. 당시에 대해 정 대표는 “1981년, 광주의 어느 병원에서 뇌염증세로 온몸을 떨고 있는 어린이들을 보고 뇌염의 무서움을 처절하게 깨달았다”고 회상한다. 결국 그는 당시 뇌염모기에게 내성이 생겨 효과가 없는 기존 제품 대신 효과가 좋은 공동방역약제를 최초로 개발해냈다. 이 약이 바로 ‘퍼머스린’ 복합제로, 당시 보건 당국에서는 획기적인 방제 효과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정 대표는 약 2년 뒤 유럽연합(EU)에서 퍼머스린이 환경호르몬인 내분비계추정물질이라는 연구 보고를 내놓자, 공들여 개발한 제품을 망설이지 않고 포기하는 용단을 내렸다.

이 일로 그는 국내 최고의 친환경 감염병 예방 방역약품 전문가 중 한 명으로 불리게 됐으며, 국내에 유일한 전문 약사 출신 대표로서 모기에 이어 바퀴벌레 및 진드기, 흰개미, 불개미 등에 효과적인 친환경 방역약품과 감염병용 살균제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며 성인제약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