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하면서 과일의 ‘제철’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 대표적 여름 과일이던 참외가 4월, 수박이 5월부터 쏟아져 나온다. 봄철 대표 과일이었던 딸기는 이제 흰 눈이 내리는 12월부터 소비자를 만난다. 이처럼 과일이 ‘철’없어진 이유는 하우스 재배가 늘고 지구 온난화로 우리나라 평균 기온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또한 저장기술의 발달로 보관 및 유통의 제약으로부터도 자유로워졌다. 덕분에 소비자는 사계절 맛있는 과일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참외 제철은 4월, 수박은 5월부터

수박과 참외를 떠올리면 원두막 풍경이 먼저 다가선다. 부채를 부치며 시원한 산들바람과 함께 한 입 베어 물던 수박과 참외. 그런데 이런 흔했던 풍경이 옛날이야기로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수박과 참외가 여름이라는 시간을 탈출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통계에 따르면 햇수박 출하 시기가 크게 앞당겨지고 있다. 과거 국내 최대 규모의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에 수박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시기는 7월 초나 중순이었다. 하루에 1000t 이상 물량이 몰려들며 제철 과일의 위상을 뽐냈다. 하지만 요즘 수박의 본격적 출하 시기는 7월이 아닌 5월이다. 물량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기간도 6월 초부터 7월까지로 늘어났다.

여름 과일의 마중물인 참외도 마찬가지다. 6~8월이 제철이었던 참외는 4월부터 출하를 시작한다. 2010년 가락시장의 참외 물동량은 5월 말부터 6월 말까지 하루 300t 수준으로 연중 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참외 물동량 연중 최대치를 찍은 시기가 5월 초부터 7월 말까지로 늘었다. 5~6월 제철 과일인 딸기도 비슷하다. 요즘은 12월부터 4월까지 딸기를 소비한다. 예전 제철의 시작이었던 5월이면 딸기는 끝물이다.

과일의 '제철' 의미가 사라진 데는 재배농가의 출하 전략도 한몫한다. 과일을 제철보다 좀 더 일찍 출하하면 '희소성'이 커져 성수기보다 비싼 값에 팔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거스르고 있다.

◇'철'없어진 참외, 효과는 강하다

참외는 '참 오이'라는 뜻으로 열량은 100g당 35㎉ 정도로 낮은 편이고, 흡수가 빠른 포도당과 과당이 풍부해 피로 회복과 갈증 해소에 좋다. 또한, 참외는 잘 알려진 알칼리성 과일이다. 수분이 90% 정도를 차지하고 칼슘, 인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C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참외는 대표적인 '항암' 과일 중 하나이다. 참외 꼭지 부근에는 쓴맛을 내는 '쿠쿠르비타신(Cucurbitacin)'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노란색 껍질은 항산화 작용을 하는 베타카로틴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참외 씨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 개선 및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으며 씨의 하얀 부분에는 과육보다 많은 양의 엽산과 비타민C가 들어있다. 또한, 참외 한 개에는 340㎎ 정도의 칼륨이 함유돼 있다. 칼륨은 이뇨작용을 해 몸 안의 노폐물을 배출하고 부기를 빼는 데 효과적이다.

참외는 임산부에게도 좋은 과일이다. 참외에는 100g당 132.4㎍의 엽산이 함유되어 있다. 과일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알고 먹어야 건강하다

맛있는 참외는 따로 있다. 참외는 진한 황금색을 띠며 골 사이가 깊고 배꼽 크기가 작아야 달다. 약간 작고 타원형 모양의 단단한 것이 맛있다. 흔히 참외를 고를 때 향을 맡기도 하는데 향이 너무 강하면 수확한 지 오래된 것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