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産) 시신 가방이 유럽·미국 등지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서구권 국가들이 ‘시신 처리 대란’에 시달리면서 의료 장비뿐 아니라 시신 가방마저도 중국산에 의존하는 모양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미국, 유럽 각국에서 코로나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중국산 시신 가방의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다고 23일 보도했다. 중국 후베이성의 시신 가방 생산 업체 톈훙셔우촹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최근 몇 주간 주문 전화를 하루 최대 200통 받았다”며 “미국에서 열흘 내로 시신 가방 200만개를 보내달라는 주문 전화가 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의 하루 생산량(1000개)으로 감당할 수 없는 주문이 쇄도한다는 것이다.
현재 유럽과 미국은 의료 물자뿐 아니라 장례 물자 부족 현상도 겪고 있다. 12일 영국 일간 미러에 따르면 코로나 사망자가 1만8000명을 넘어선 영국에선 시신 가방이 다 떨어져 상당수 병원이 시체를 감쌀 때 침대 시트를 활용하고 있다. 미 정치 정문지 폴리티코는 영국 내 시신 가방 부족 사태를 소개하며 “영국 장례의 위기가 찾아왔다”고 평했다.
미국도 사망자가 속출하며 물자 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미국 내 코로나 누적 사망자가 최다주인 뉴욕주에선 영안실이 부족해 냉동 컨테이너에 시신을 보관했다가, 이마저도 달리자 뉴욕시 브롱크스 인근 하트섬에 시신을 가매장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원래 무연고자들을 묻는 묘지로 활용된 곳이다. 잇따른 사망자 속출에 최근 미 국방부는 직접 시신 가방 공수에 나서 민간에 시신 가방 10만개를 공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동 집약적 산업이 대부분 중국에 생산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서구 국가들이 시신 처리마저 중국에 기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내 한 무역·제조 업체 관계자는 “시신 가방 생산은 노동 집약적이라 단기간에 대규모로 늘리기 힘들다”고 했다.
중국은 라인 증설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의 한 의료복 생산 업체는 최근 일부 라인을 시신 가방 생산 라인으로 돌렸다. 업체 관계자는 "의료복 재료와 시신 가방 재료가 유사하기 때문에 빠르게 생산 라인을 추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재기 우려도 나온다. 현재로선 중국산 시신 가방의 가격은 10~30위안(1740~5220원)에 머문다. 그러나 글로벌타임스는 시신 가방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폭리를 취하기 위해 시신 가방을 비축하려는 중개상들이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실제 시신 가방은 의료 기관이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중간 납품업자들이 사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중개상이 한 번에 수천만 개의 시신 가방을 주문할 수 있냐고 문의하기도 한다”며 “이들은 시신 가방을 확보한 뒤 가격이 오르면 팔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