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는 적은 인원에게 상영관을 대관해주는 '우리만의 씨네마'를 전국 47개 지점에서 운영한다.

"이런 건 처음이야. 떨려!"

서울 광진구 한 영화관에서 대학 친구 다섯이 시끌시끌 안부를 나눴다. 모임 목표는 액션 영화 관람. 극장을 통으로 '전세' 낸 날이었다.

CGV 지점 세 곳(서울 강변·중계·상봉)은 극장을 빌려주는 이벤트 '나 혼자 본다'를 열었다. 혼자 영화를 본다는 '혼영'을 제대로 구현했다. 커다란 화면과 빵빵한 음향, 100명 넘게 들어가는 공간을 독점하는 값이 단돈 3만원(두 시간 2인 기준). 영화표 석 장 값이면 드라마 속 재벌 2세나 할 수 있던 '플렉스(flex·돈 자랑)'가 가능해진다. 이벤트 마지막 날인 28일까지 예약이 하루 만에 다 찼다.

영화관을 전세 냈다

지난 22일 저녁 7시, CGV 강변의 티켓 부스는 한산했다. 전체 열한 관에서 영화 아홉 가지를 상영하고 있었다. 모든 영화가 시작 직전까지 표를 구할 수 있었지만, 단 한 관만 매진이었다. 액션 영화 '건즈 아킴보'가 나오는 7관이다.

"SNS에서 보고 바로 신청했어요. 최근에 새 영화가 개봉 안 해서 아쉬웠어요. 오랜만에 나온 액션 영화가 반가워서 '건즈 아킴보'로 골랐고요."

친구 넷과 함께 7관을 예약한 곽태식(24)씨가 콜라를 품에 끼고 말했다. 141석이 있는 7관에 다섯 명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인님을 기다렸다는 듯 극장이 어두워졌다.

예약자가 원하는 영화를 틀어준다. 단 CGV에서 현재 상영 중인 '극장 보유 콘텐츠' 중에서만 고를 수 있다. CGV 측은 "영화를 상영하려면 배급사와 협의해야 한다. '1917'이나 '라라랜드' 같은 영화도 배급사에서 파일을 받아 재개봉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CGV 강변에서는 '1917' '라라랜드' '레 미제라블' '데드풀' '미드소마'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또 저희끼리만 보고 싶어요! 아주 좋았어요." 이날 오후 6시 30분, 영화 '주디'를 보고 나온 김세윤(20)씨가 말했다. 함께 관람한 심동현(20)씨는 "많은 사람이랑 볼 때보다 영화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편안하게 봤다"며 활짝 웃었다. 17일 오후 2시 '주디'를 관람한 연인은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꼽으면서도 "비용이 더 들어도 괜찮으니 자주 대관 이벤트가 열리면 좋겠다"고 했다. 3만원으로 빌린 이 영화관의 '정상 요금'은 얼마일까. CGV 관계자는 "CGV 강변 7관처럼 141석을 대관하려면 141만원, 할인받아도 110만원 정도 든다"고 했다.

아무 영화나 봐도 '나 혼자 본다'

같은 시간 2관에서도 '건즈 아킴보'가 상영 중이었다. 관객은 다섯 명. '통대관'한 7관의 관객 수와 같았다. CGV 황재현 홍보팀장은 "요즘 좌석 판매율이 1~2% 나온다. 좌석 100개 중 한두 개만 팔린다는 뜻이다. 지점들이 궁여지책으로 낸 행사"라고 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3월에 전국 관객은 183만명.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4만명(87.5%) 줄었다. 집계를 시작한 2004년 이후 최저치다.

CGV 세 지점뿐 아니라 다른 극장들도 나섰다. 메가박스는 지난 21일부터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영화를 상영해주는 '우리만의 씨네마' 이벤트를 시작했다. 최대 15명이 모여 영화 한 편을 10만원에 볼 수 있다. 서울극장은 지난 6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예술영화상영관(플러스관) 통대관 이벤트를 연다. '내가 영화관을 통째로 대관한다면?'이라는 사연을 적어 SNS로 응모할 수 있다. 3명을 뽑아 플러스관을 빌려줄 예정이다.

'영화관 파격 할인'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것이란 우려도 있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영화 평론가 사이에 '극장이 나서서 영화관을 '떨이'해 팔면 되겠느냐'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고 했다.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는 "CGV는 코로나로 극장 30%가 문을 닫았다. 비상 상황에서는 버텨주는 것만으로도 영화 만드는 사람들에겐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