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옆 ‘하누소’의 한우갈비탕.

송가인을 발굴하고 나훈아·태진아·현철의 히트곡을 작곡했지만, 대중은 그를 '딩동댕 아저씨'로 안다. 지난 20년간 KBS '전국노래자랑' 심사위원을 맡아온 트로트 작곡가 박성훈(69·사진)씨 이야기다. 전국을 다니며 '딩동댕'(합격) '땡'(불합격) 실로폰을 두드리는 박씨에게 "방방곡곡 숨은 맛집을 알려달라"고 하자, "하도 많아서 기억할 수가 없다"고 했다. 대신 그가 자주 찾는 서울의 음식점 4곳을 소개받았다. 건강상 이유로 몇 해 전부터 술을 끊고 저녁 약속을 거의 잡지 않는다는 그가 점심때 지인들과 만나는 곳들이다. 그에게 '딩동댕'을 받은 맛집의 기준은 '가성비'다. "지인들과 편하고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즐겨 찾습니다. 비싼 식당은 잘 안 가요."

박성훈 전국노래자랑 심사위원

하누소 인사점

박씨는 전국노래자랑 사회자 송해 선생을 만나러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종종 온다. 낙원동은 실향민인 송 선생이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60년 넘게 활동 거점으로 삼아온 곳. 낙원상가 옆 '하누소'는 두 사람이 자주 점심을 함께하는 식당이다. 한우 구이 전문점이지만 갈비탕도 이름났다. 특허받은 특제 간장 소스에 졸여낸 갈빗살로 탕을 끓인다. 살이 흐뭇하게 붙은 갈빗대가 푸짐하게 들었다. 국물은 깔끔하고 시원하다. 전설적 주당(酒黨) 송 선생과 함께지만 반주는 없단다. "송 선생님은 저녁 전에는 술을 입에 대지도 않으세요. 정말 철저한 분입니다."

한우갈비탕 2만원, 명품갈비탕 1만4000원, 왕갈비탕 1만2000원, 물냉면 1만원, 불고기정식 2만원, 한우504등심 3만6000원, 한우명품꽃살 5만8000원. 서울 종로구 인사동4길 18

또순이네

"뚝배기가 소고기로 가득합니다. 찌개 절반이 고기인 것 같아요. 이렇게 하면 망할 수가 없죠." 서울 양평동에 있는 고깃집이지만 어쩌면 된장찌개로 더 유명할지 모른다. 소고기를 듬뿍 넣고 끓인 된장찌개 국물이 그야말로 진국. 냉이와 부추도 잔뜩 들어가 향긋하다.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먹기보다 사발에 나오는 밥에 쓱쓱 비벼 먹는 손님이 더 많을 정도로 진하고 강렬한 맛이다. 숯불에 구워 먹는 주물럭, 생등심도 가성비가 뛰어나다.

된장찌개 점심 6000원, 고기 먹은 뒤 식사 시 4000원. 토시살 주물럭 3만1000원, 토시살 주물럭 등심 3만원, 생등심 3만5000원, 서울 영등포구 선유로47길 16

신풍낙지세상

"모든 메뉴가 맛도 맛이지만 양이 푸짐해요. 낙지가 주 재료인 연포탕과 낙지해물파전을 즐겨 먹는데 왕만두도 별미예요." 여의도 방송국 사람들과 자주 오는 신길동 맛집. 무식하지 않고 맛있게 매운 양념과 탱글탱글한 낙지 식감이 썩 조화롭다. 낙지볶음을 먹다가 반찬으로 나오는 콩나물 무침과 함께 밥에 비벼 먹어도 맛있다. 콩나물과 순두부, 오이냉국, 양배추 샐러드 등 반찬은 무한 리필이다. 낙지와 오징어, 새우, 꽃게, 조개, 전복 등으로 전골냄비가 넘치도록 채워져 나오는 낙지해물탕과 찜은 소(小)자도 셋이서 충분히 먹을 양이다.

낙지덮밥 1만원, 낙지해물파전 1만3000원, 연포탕 3만9000·5만4000원, 낙지해물탕·찜 4만9000·5만9000·6만9000원, 왕만두 6000원. 서울 영등포구 신풍로 23

토방골

"정해진 메뉴 말고도 먹고 싶은 걸 해달라면 만들어줘요. 시골 밥집 같은 곳이죠. 손님 모실 때보다는 친구들과 편하게 먹으러 갑니다." 추어탕부터 삼겹살, 청국장, 김치찌개, 계란말이·탕 등 여러 음식이 계통 없이 뒤죽박죽 섞인 식당은 대개 맛이 없지만 신길동에 있는 이 작고 허름한 식당은 예외다. 밥 먹기도 좋고 술 마시기도 편한 분위기다. 반찬도 깔끔하면서 맛이 깊다.

추어탕 8000원, 제주 흑돼지 생오겹살 1만2000원, 제주 흑돼지 두루치기 2만5000·3만원. 서울 영등포구 도신로64길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