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與圈) 인사 연루설이 제기된 바이오 기업 신라젠 주주·임원들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1일 신라젠 대표의 자택과 서울사무소를 압수 수색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서정식)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신라젠 서울사무소와 이 회사 문은상(55·사진) 대표의 자택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 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문 대표가 이 회사 관련 주식을 매도해 1000억원 가까운 차익을 올린 것과 관련해 내부 정보를 부당 이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등 혐의로 신라젠의 이용한(54) 전 대표이사와 곽병학(56) 전 감사를 구속했다. 이들은 신라젠이 개발하던 면역함앙제 ‘펙사펙’의 임상 중단 사실이 공시되기 전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가지고 있던 주식을 팔아 거액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신라젠의 주식을 샀던 개인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2016년 코스닥에 입성한 신라젠은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9조 8000억원)에 올랐지만 펙사팩 임상시험이 중단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와 곽 전 감사, 문 대표 등 신라젠 임원들이 주식을 미리 팔아 2515억원에 이르는 차익을 얻었다는 얘기가 금융업계에서 나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횡령 자금이 여권 인사들에게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작년 8월 신라젠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하면서 이 사건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신라젠 초기 투자자였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대표 관련 수사도 진행해 왔다. 그는 7000억원의 불법 투자금을 모은 혐의로 징역 12년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최근 검찰 수사 속도가 빨라진 데는 MBC가 이철 전 대표를 서면 인터뷰해 ‘검·언 유착’의혹을 제기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MBC는 ‘채널A기자가 윤석열 측근 검사장과 유착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관련 비리를 집요하게 요구했다’는 이철씨 주장을 그대로 전하고 여권에서 이를 확대·재생산하며 ‘수사 물타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