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공작소 마방진

연극|리어외전

"세상은 무대, 인간은 배우! 자~ 놀다 가자!"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리어외전'(극공작소 마방진)은 코러스 우두머리(임영준)가 이렇게 외치며 시작된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왕'이 고선웅 특유의 맛깔나는 대사와 연출력으로 '통속 오락 비극'으로 다시 태어났다. 고전을 비틀고 재구성해 우리 시대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솜씨가 일품이다. 원작의 리어왕은 맏딸과 둘째딸의 입에 발린 거짓말에 속아, 유일하게 진심으로 아버지를 사랑한 막내딸 코딜리어(이지현)를 내친 뒤 비극적 최후를 맞는다. '리어외전'의 리어왕(하성광)은 원작처럼 '진실한 사랑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느냐'고 대드는 막내딸에게 말한다. "그러니까 제대로 말하라고! 네가 제대로 나한테 말을 안 하면 나는, 오리지날 리어처럼 염병하면서 응? 벌판에서 악쓰고 살다가 너도 뒤지고 나도 뒤지니까. 흐름을 바꾸자고 이러잖아!"

이 무대에도 '쥐면 펴야 하고, 동화(同化)가 있어야 이화(異化)도 있다"고 말하는 고선웅 연출의 인장(印章)이 선명하다. 희로애락이 어지럽게 교차하는 범부의 삶처럼, 이 연극의 관객은 자주 엇갈리는 슬픔과 기쁨, 희망과 절망, 애정과 증오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다. 리어왕을 연기하는 하성광(50)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서 주연 '정영'을 맡았던 배우. 반짝이 옷을 입고 조용필의 '허공'을 부르는 힘없는 늙은이와, 딸들의 패륜에 분노를 폭발시키는 위엄 있는 노(老)군주 사이를 숨 쉴 틈 없이 재빨리 오간다. 경이롭다. 무대 위 배우들을 따라 웃고 울다 보면, 한바탕 걸진 굿판에 뛰어든 듯 관객의 등도 땀으로 후줄근해진다. 4월 19일까지.

전시|텅 빈 충만 展

캔버스에 옻칠과 사포질을 반복하는 김덕한, 신문지에 연필과 볼펜으로 거듭 선을 그어 까맣게 채우는 최병소, 돌멩이에 물감을 묻혀 1000번 캔버스에 굴리는 최상철, 닥종이를 주무르고 두드려 화면의 여백을 창조한 정창섭….

이렇게 탄생한 일련의 그림을 '단색조(單色調) 회화'라고 정준모 큐레이터는 명명한다. 박서보·이진우·정상화 등 18인이 참여한 단색조 회화 전시 '텅 빈 충만'이 서울 박여숙화랑에서 5월 10일까지 열린다. 서양 모노크롬 회화의 모방이라는 폄훼를 거부하고, 시간의 중첩과 반복이라는 정신성을 강조해 한국 대표 미술 상품 단색화(單色畫)의 미학 체계를 보완하려는 시도다. 무료.

영화|라라걸

155년 역사상 여성 참가자는 단 4명뿐이었던 경기. 세계적인 경마대회 호주 멜버른 컵에서 여성 최초로 우승컵을 거머쥔 미셸 페인의 인생을 담았다. 말 농장주의 딸로 태어난 미셸은 어린 시절부터 멜버른 컵을 꿈꿨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먼저 여성 기수에 도전했던 언니들은 결혼 후 승마를 포기하거나 낙마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미셸 역시 사고로 전신 마비까지 이르지만, 끝까지 꿈을 향한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 감동적인 실화에 호주의 대자연을 담은 영상미가 더해졌다. 편견을 뛰어넘은 미셸이 말에 올라타 푸른 대지와 해변을 내달릴 때면 답답했던 가슴이 탁 트이는 듯 시원하다.

왓챠|닥터 포스터

시작은 남편 주머니 속 체리 색 립밤이었다. 남자가 바르기엔 색이 진한데도, '순진해서 립밤 하나 제대로 못 고르는 남자'라고 웃어넘겼다. 그런데 남편의 목도리에서 금발의 긴 머리카락이 발견된다. 아내는 짙은 갈색 머리에 단발인데….

영국 드라마 '닥터 포스터(Doctor Foster)'는 2015년 처음 방송돼, 회당 평균 950만명이 본 화제작이다. 2017년 방영한 시즌 2는 그보다 더 많은 1200만 시청자가 봤다. 그해 영국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불륜'이라는 닳고 닳은 소재를 매회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전개와, 속도감으로 극복한다. 최근 방영 중인 JTBC '부부의 세계' 원작이기도 하다. 청소년 관람불가.

온라인 콘서트|원 월드: 투게더 앳 홈

1985년 '라이브에이드'의 감동이 온라인에서 '코로나에이드'로 재현된다. 코로나 사태 대응 기금 마련을 위한 초대형 온라인 자선 콘서트 '원 월드: 투게더 앳 홈(One World: Together At Home)'이 오는 19일 오전 9시부터 미국 ABC, NBC 방송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으로 중계된다.

폴 매카트니, 스티비 원더, 엘턴 존, 테일러 스위프트, 셀린 디옹, 빌리 아일리시, 존 레전드, 제니퍼 로페즈 등 글로벌 스타 110여 명이 출동한다. 국내 K팝 가수 중엔 SM의 연합팀 ‘수퍼엠’이 참여한다. 수퍼엠 측은 “이번 콘서트의 주제인 ‘하나 됨, 선함,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