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투표가 15일 오전 6시부터 전국 1만4330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된 가운데, 오후 2시50분 현재 전국 투표율은 55.2%를 기록했다. 20대 총선 같은 시간대 투표율(42.3%)보다 12.9%포인트 높다. 지난 총선(12.2%)보다 월등히 높았던 사전투표(투표율 26.69%), 선상·재외투표까지 합쳐진 수치다. 정치권 관계자는 “그만큼 이번 총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투표율이 60% 중·후반을 훌쩍 넘겨 70% 가까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총선 당일 전까지 판세를 뒤흔든 결정적 순간을 모아봤다.

◇①‘민주당만 빼고’ 임미리 교수 민주당 고발…진보 진영 “나도 고발”

더불어민주당은 자기 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와 해당 칼럼을 게재한 경향신문을 지난 2월 이해찬 대표 명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정당이 개인의 의견을 피력한 신문 칼럼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건 극히 드문 일이었다. 이에 대해 진보 진영에선 “진보를 표방하는 현 정권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참여연대 김경율 전 집행위원장, ‘88만원 세대’ 공동저자 우석훈 박사, 박권일 사회평론가 등 진보 진영 대표 인사들은 ‘민주당만 빼고 (찍자)’ ‘나도 고발하라’며 잇따라 반발했다. 민주당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다가 여론에 떠밀려 임 교수와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을 취하했다. 이후 이해찬 대표 대신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한 이낙연 전 총리가 “국민께 미안하다”며 ‘대리’ 사과를 했다.

◇②황교안 ‘공천 뒤집기 논란’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서울 종로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가 15일 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에 설치된 혜화동 제3투표소에서 투표를 한 뒤 기표소에서 나오고 있다.

현역 물갈이 비율을 40%대로 끌어올렸던 미래통합당의 지역구 공천이 막바지에 불거진 황교안 대표의 '사천 논란'으로 뒤집어 졌다. 하룻밤 사이 공천 결과가 뒤집혔던 지역구에선 갈등이 불거졌지만 황 대표는 "계파가 없고, 외압이 없고, 당대표 사천이 없는 3무 공천을 이뤄냈다"고 했다.
공관위와의 줄다리기 끝에 인천 연수을 공천을 두 차례나 뒤집고 민경욱 의원에게 공천장을 주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는 야당에서도 '무리수'라는 비판이 커졌다. 인천 연수을 공천에서 탈락한 민현주 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황 대표가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에게 민경욱 의원의 공천을 간곡하게 부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부산 금정과 경북 경주에서는 후보자 등록 첫날인 이날까지 공천자를 확정하지 못하고 황급히 여론조사를 돌리기도 했다. 경선 결과 부산 금정에선 백종헌 전 부산시의회 의장이, 경북 경주에선 현역인 김석기 의원(초선)이 공천 받았다. 일찌감치 공천 배제됐던 김 의원이 뒤늦게 경선 자격을 얻은 것을 두고 황 대표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정병국 통합당 의원은 당시(3월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젯밤 공관위가 보여준 것은 무기력한 자의 무능함과 무책임이었고, 당 최고위가 보여준 것은 권력을 잡은 이의 사심과 야욕이었다고 했다.

◇③‘소신파’ 금태섭 의원 경선 탈락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비판했던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지난달 12일 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했다. 서울 강서갑 경선에서 금 의원이 원외 도전자이자 여성 후보인 강선우(42) 전 부대변인에게 패한 것이다.

금 의원은 공수처 법안에 기권표를 던져 친문들의 반감을 샀다. 금 의원은 ‘조국 사태’에서도 민주당에서 거의 유일하게 조 전 장관에 대해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언행 불일치를 보여왔다”고 했었다.

이 때문에 금 의원의 소신 발언이 친문 성향이 대다수인 권리당원들에게 ‘미운 털’이 박히면서 경선에서 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 관계자는 “금 의원이 탈락한 건 민주당 당심이 친문이라는 게 다시 한 번 뚜렷해진 것”이라고 했다. 금 의원의 공천 탈락 소식에 극성 친문 네티즌들은 “이제 소신과 맞는 미래통합당으로 가라” “드디어 우리 당이 하나가 됐다”는 등의 글을 쏟아냈다.

◇④‘친(親)조국’ 열린민주당 출범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출발 열린당' 행사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봉주 전 의원과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이끄는 열린민주당이 지난달 25일 전(全) 당원 투표를 통해 비례 명부를 확정했다. 비례 명부 2번엔 최강욱 전 비서관이, 4번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배치됐다. 최 전 비서관은 2017년 변호사 시절 조국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한 혐의로 기소돼 다음 달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 지역구 공천을 신청했던 김 전 대변인은 ‘흑석동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한 달 만에 번복하고 열린민주당으로 옮겼다. 6번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 정책공약단 부단장을 맡았던 친여(親與) 인사고, 공천 심사 과정에서 ‘음주 운전 전력’과 ‘아들의 한국 국적 포기’ 문제로 논란이 됐다.

8번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조국 장관 시절 '1호 지시'로 검찰개혁추진단장을 맡았다. 열린민주당은 비례 5~6석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재판을 받고 있는 최 전 비서관과 부동산 투기 문제로 민주당에서 사실상 '컷오프(공천 탈락)'된 김 전 대변인 모두 당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비례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지지층을 열린민주당이 뺏앗는다는 분석이 나오자 "우리와 형제당이 아니다"라며 공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권 관계자들은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결국 합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⑤김종인 총선 막판에 ‘통합당 등판’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하비에르국제학교 체육관 평창동 제3투표소에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를 끝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말 4·15 총선 미래통합당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결정했다. 김 전 대표는 황교안 대표의 제안으로 지난 2월 말부터 통합당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됐었다. 당시 그는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사천(私薦)' 논란을 제기했지만, 당내 일각의 반발 속에 "맡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황 대표가 총괄선대위원장을 맡는 것으로 정리가 됐었다.
그러다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이 사퇴했고, 결국 김 전 대표는 총선을 불과 한 달도 안남긴 3월26일 위원장 직을 수락했다. 김 전 대표는 당시 본지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권이 집권을 유지하고 연장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며 "지난 3년간 사법부와 언론을 완전히 장악하려 하고 선거 제도 자체도 훼손하고 있지 않냐"고 했다. 그는 "집권 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이기면 또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우려도 크다"며 "통합당의 제안을 한 차례 거절했다가 다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그런 절박함 때문"이라고 했다.
김 전 대표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문재인 정권 탄생에 기여했다. 앞서 2012년 대선을 앞두고는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을 이끌었다. 김 전 대표는 총선 당일인 15일 투표를 한 뒤 "미래통합당이 1당을 할 것"이라고 했다.

◇⑥유시민의 ‘180석’ 논란

4·15 총선을 앞둔 마지막 주말인 지난 10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자신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의석 과반은 확보했고, 범여권이 최대 180석도 가능하다”고 해 논란이 일었다. 그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사실상 식물 총장”이라고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12일 "국회 제1당은 확보했고, 2단계는 과반수"라고 했다. 총선에서의 압도적 승리는 확정했고 다만 과반이냐 아니냐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미래통합당 등 야당은 일제히 "여당이 국민을 우습게 알고 오만한 발언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독재가 예고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치권에서는 "전례 없는 코로나 사태로 민주당이 '선거 우세'를 점치고 있지만, 유권자의 '정권 견제' 심리가 작동하면 선거 막판 기류가 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내부에서 나온 '총선 압승' 발언에 당혹한 분위기였다.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유 이사장의 '180석 가능' 발언에 대해 "누가 국민 뜻을 안다고 함부로 말할 수 있느냐"고 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도 "더 절박하고 간절하게 호소하고 몸을 낮춰야 이길까 말까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⑦차명진 ‘세월호 ○○○’ 논란, 김남국 ‘섹드립 팟캐스트’

김남국(왼쪽 사진)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차명진 미래통합당 후보

차명진 미래통합당(경기 부천병) 후보는 지난 8일 방송 토론회에서 세월호 유족 등과 관련, “○○○(성적 발언) 사건이라고 아시느냐”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이미 알고 있다”고도 했다. 이는 여당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차 후보가 11일 페이스북에 자신의 현수막 1개와 민주당 김상희 후보의 현수막 2개가 겹쳐서 게시된 상황을 두고 토론회에서 논란이 됐던 표현을 사용해 '현수막 ○○○'이라고 적어 다시 비판이 나오자, 지난 10일 '탈당 권유' 조치를 내렸던 통합당 윤리위는 최고위 직권으로 차씨를 제명했다.
그러나 차씨는 법원에 '제명 정지 효력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제명 무효' 결정을 내렸다. 선관위도 차씨의 등록 무효 처분을 취소하기로 했다. 이로써 차씨는 통합당 후보로 선거를 완주할 수 있게 됐다.

또 더불어민주당 김남국(경기 안산 단원을) 후보 등 친여(親與) 인사들이 진행한 ‘팟캐스트’ 방송에 여성 비하 및 성희롱 발언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었다. 미래통합당은 김 후보 사퇴를 촉구했고, 정의당도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평소 '인권 변호사'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했던 김 후보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악의적 네거티브 공세"라고 맞대응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큰 문제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 후보가 작년 1~2월 출연했던 팟캐스트 방송 '쓰리연고전'은 각종 공중파 방송에서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이동형씨, 박지훈 변호사 등이 진행하고 있다. 이 방송 25회에서 이동형씨가 "연애에서도 무조건 갑을(甲乙) 관계가 있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을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하자, 박지훈 변호사가 "빨아라!"라고 소리쳤다. 이어 박 변호사는 "아이 씨X 내가 한마디 했는데…"라며 "갑질하는 게 빨아라 아닙니까. XX X 빨아라"라고도 했다. 이에 김 후보는 "누나가 (그런 말을) 하는 건 괜찮은데… 형이 하니깐 더러워요"라며 웃었다. 강제로 여성을 추행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에 김 후보가 동참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인권과 성(性) 평등을 강조해온 민주당의 기조와 김 후보가 출연했던 방송 내용이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김 후보는 되려 "'n번방'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이용해 억지로 저를 엮어 선거 판세를 뒤집어 보려는 의도"라며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개싸움에 '조국백서'에 이젠 '섹드립'까지. 여긴 3번방인가요"라며 "도대체 그런 방송엔 뭐 하러 나가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