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의 또다른 피해자인 윤모(53)씨의 재심을 대리하고 있는 박준영 변호사가 진범인 이춘재에 대한 수사기록을 검토해 그의 성격을 언급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윤씨는 화성 8차 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그러나 작년에 이춘재(57)가 본인의 범행이라고 자백하자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박 변호사는 13일 오후 수원지법에서 예정된 윤씨의 재심 2차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렸다. 글의 내용 가운데에는 화성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을 제작한 봉준호 감독이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화성 사건 범인의 성격을 분석한 내용을 언급해 관심을 끌고 있다.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씨의 재심을 대리하고 있는 박준영 변호사.


박 변호사는 "봉 감독은 영화를 준비하면서 사건 관련 조사를 세세하게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범인을 만나는 것에 대한 상상도 굉장히 많이 했고, 범인을 만나면 할 질문 리스트도 가지고 다닐 정도였다고 한다"고 했다. 또 "봉 감독이 오랜 기간 영화를 준비하면서 분석한 범인은 과시적인 성격을 가졌으며, 자기가 한 행동이나 디테일한 부분들이 매체를 통해 드러나길 바라는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또 봉 감독의 분석을 언급하면서 "그런데 기록상 드러나는 이춘재는 봉 감독이 상상한 범인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며 "봉 감독을 폄하하려는 의도로 쓰는 글이 절대 아니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씨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은 지난 2월 6일에 이어 약 2개월만에 열린다. 1차 기일에서 재판부는 "억울한 재판을 받고 장기간 구금된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법원을 대표해 사과를 표명했다. 또 검찰도 윤씨가 무죄라는 재조사 결과를 제출했다. 이 때문에 무죄 판결이 예고됐다.

그러나 박 변호사를 포함한 변호인은 "이번 사건은 통상적인 형사재판과 달리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하고 검찰, 변호인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협업하는 것이다. 8차 사건의 최종적 진실과 결론이 법원에서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이를 수용해 본격 재판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변호인단은 특히 이춘재의 증인 출석과 더불어 가혹행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당시 수사경찰관도 처벌을 할 수는 없지만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법원이 받아들일지 여부가 관심이다. 변호인들은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는 8차 사건 증거물 체모 2점의 압수수색과 감정도 요청한 상태이다.

윤씨는 1988년 9월 16일 당시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주택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간 복역한 뒤 2009년 석방됐다. 당시에는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모방한 별도의 범죄로 간주됐으나, 작년에 이춘재가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했다. 또 경찰과 검찰도 재수사를 거쳐 이춘재의 범행으로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