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疫病)의 시대에도 사람들은 읽는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읽는다. 하루 이틀로 그치는 게 아니라 100일간 차근차근 읽는다. 카카오의 사회공헌 재단 카카오임팩트가 ‘100일간의 미션 수행’을 통해 생활의 변화를 만들겠다며 지난달 23일부터 6월 30일까지 진행중인 ‘카카오프로젝트 100’에 ‘책읽기’를 테마로 참여중인 동네책방들 이야기다.
경기도 수원의 작은 서점 마그앤그래는 ‘톨스토이 100일 읽기’를 목표로 내걸었다. 매일 톨스토이의 작품을 읽고 기록하는 것이 미션. 매일 읽은 부분 중 인상적인 문구를 글이나 사진으로 카카오 프로젝트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려 ‘인증’한다. 참여 멤버는 40명. 이소영 마그앤그래 대표는 “함께 책 읽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 목표라 혼자 읽을 때는 끝까지 읽기 어려운 작가를 골랐다. ‘안나 카레니나’를 읽는 분들이 가장 많고 ‘크로이체르 소나타’처럼 단편으로 시작하는 분도 있다. 보통 한 달 정도 읽으면 다른 책으로 넘어간다”고 했다. 회원들이 올린 ‘인증샷’엔 다른 회원들이 댓글을 달아 서로의 ‘읽기’를 응원한다. 한 참여자는 “원래 책 읽기는 지극히 혼자만의 행위라고 생각했는데, 코로나 사태로 너무 집에만 갇혀 있다 보니 온라인에서라도 다른 사람과 함께 책을 읽는다는 행위에서 연대감이 느껴져 좋다”고 했다.
경기도 김포의 꿈틀책방은 ‘영어 원서에서 문장 길어올리기’를 진행중이다. 매일 그림책 포함 영어 원서를 읽고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필사하거나 사진을 찍어 인증샷을 올린다. 모두 32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숙희 꿈틀책방 대표는 “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영화로 나온 ‘원더’ 등을 많이 읽는다. 셰익스피어 등 영미 시를 필사하거나 셸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등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들의 작품을 아이에게 읽어주며 같이 읽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가을에도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당시엔 너무 바빠 일일이 회원들의 인증 글에 응대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코로나 사태로 오히려 시간이 많아지면서 나도 다른 분들도 훨씬 여유를 많이 갖고 꾸준히 정성 들여 하고 있다.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24개 동네 책방이 25개 주제로 동참하는 이번 프로젝트에는 947명이 함께 하고 있다. 유희경 시인이 운영하는 서울의 시전문 서점 위트앤시니컬은 ‘매일 아침 사전을 뒤적여 오늘의 단어를 찾고 사용하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 그림책 전문 서점 서울 카모메 그림책방은 ‘하루 한 권 그림책 읽기’를 진행중이다. 참여자들은 게을러지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실천보증금 1만원을 낸다. 미션을 완수하면 돈을 돌려받지만, 실패하면 기부하는 방식이다. 이슬기 카카오 기업PR 파트장은 “독서나 글쓰기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지 않는 실천 습관이라 그런지 다른 프로젝트에 비해 동네 책방의 독서 프로젝트가 코로나 장기화 속에서도 특히 반응이 좋다. 지난 가을 진행한 시즌 1보다 이번 시즌에 훨씬 참여가 활발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