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황교안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황 대표 선거사무소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황교안 대표에게 "당 지도부에 '제발 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아 달라'고 지시하라"고 요청했다. 당 지도부 인사들이 최근 여권 인사와 관련한 폭로가 주말에 터져나올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설익은 주장을 내놓자 입단속을 주문한 것이다. 확신도 없는 주장으로 당에 대한 신뢰도만 떨어뜨리고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에 출마한 황 대표를 그의 선거사무소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n번방 사태' 같은 정확한 확신도 없는 것을 자꾸 이야기하면 혼란스러움만 일으키고 쓸데없이 상대방에게 빌미를 주는 짓"이라고 했다. 이는 이진복 총괄 선거대책본부장이 전날 여권 인사 연루설 등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관련 제보를 주말쯤 공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가 폭로하지 않기로 입장을 바꾼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 본부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주말쯤 (폭로)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주말 폭로설'에 힘을 실어 왔다.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선 "(여권 인사와 관련된) 많은 제보가 있고 점검(된 것이) 상당한 수준에 와 있다. 주말쯤 그 내용을 국민들이 보시면 가증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또 "저쪽에서 그것을 막기 위해 온갖 방법을 쓰고 있다"고도 했다. 그랬던 통합당은 전날 "주말 폭로는 없다"고 했다. 그러자 통합당 안팎에서는 "설익은 제보로 한 방 운운하다 여의치 않자 선 긋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 본부장에게) 가급적 입을 닫고 있으라고 하라"며 "다른 일을 못하더라도 입을 다물고 있음으로써 선거에 도움이 되는…"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황 대표는 즉답을 하지는 않았다. 이 본부장은 황 대표 특보단장을 지낸 측근이다.

황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김 위원장이 n번방 언급과 관련해 이 본부장에게 경고했는데 어떤 입장이냐'는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을 삼간 채 "n번방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참여한 사람이든 주도한 사람이든 최대한의 엄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황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당 윤리위가 ‘세월호 텐트’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경기 부천병 차명진 후보에 대해 '제명'이 아닌 '탈당 권유' 처분을 내려 선거 완주의 길을 열어준 것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윤리위가 그런 식으로 판단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이미 정치적으로 후보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했으면 정치 상황과 선거를 기준으로 판단해야지, 무슨 재판하는 식으로 요건이 되냐, 안 되냐 하며 소란만 키웠다"고 말했다. 이에 황 대표는 "어제저녁 제가 입장문을 내서 정리했다"고 짧게 답했다. 황 대표는 전날 밤늦게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차 후보는 더는 우리 당 후보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차 후보에 대한 추가 조치는 없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위원장이 말했고, 저는 저대로 입장 밝혔다"라며 "그 이상 무슨 조치가 필요하겠느냐"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총선 전망과 관련 "정상적인 선거였으면, 지난 3년간 정부의 여러 실책에 대한 판단으로 야당이 쉽게 이길 수 있는 선거였는데, 코로나 사태가 겹치면서 상당히 불투명하게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여론조사에서 격차가 줄어든 것을 보면 최종적으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 열세로 나타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상업적 성격이 많다"며 현혹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황 대표의 대학로 유세에 동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