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선거운동이 제한되자, 후보자들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자기 알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권자와 스킨십이 확 줄어들다 보니 후보자를 확실하게 각인시키기 위한 이색 선거운동이 많아지고 있다.

서울 강남갑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태구민(태영호) 후보는 7일 유튜브에 '태구민이 랩을 한다 홍홍홍'이란 제목의 50초 분량 영상을 올렸다. 영상 속 태 후보는 핑크색 모자, 후드 티 차림으로 "2번에는 2번이네, 2번 찍어 2겨내세"라고 랩을 했다. 주영(駐英) 북한 공사 출신인 태 후보가 남한을 잘 모른다는 유권자들의 편견을 깨겠다는 취지다. 의사 출신 통합당 송한섭(서울 양천갑) 후보는 선거복 대신 방역복을 입고 코로나 의료 봉사로 선거운동을 대체했다.

통합당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원유철 대표는 전날 핑크색 가발을 쓰고 사진을 찍었다. 같은 당 염동열 총괄선대위원장도 핑크색 가발 차림에 핑크색 요술봉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한국당은 "코로나 정국으로 웃을 일이 없는 국민께 웃음을 드리기 위함이다"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로 선거운동이 제한되자 후보들이 이색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진(맨 왼쪽) 후보는 밀짚모자에 쌀가마니를 지며 유세를 하고, 미래통합당 태영호(왼쪽에서 둘째) 후보는 핑크색 후드티 차림으로 랩 영상을 찍어 올렸다. 무소속 이용주(왼쪽에서 셋째) 후보 선거운동원들은 ‘용(龍)’자를 따 공룡 인형으로 분장했고, 무소속 이행숙 후보는 잔 다르크 복장에 말을 타고 유세를 하고 있다.

현역 의원이 많아 인지도 경쟁에서 우위인 여당 후보들도 예외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최재성(서울 송파을) 후보는 AI(인공지능) '송파고'를 선보였다. 높이 2m, 너비 70㎝ 정도 되는 직사각형 모양의 시설물로 화면에 최 후보를 닮은 캐릭터가 나와 유권자와 대화할 수 있게 돼 있다. 선관위가 "송파고는 시설물이라 유세차와 선거 캠프 외에는 설치할 수 없다"고 하자, 최 후보는 페이스북에 "송파고를 선거사무원으로 활동하게 해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전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 민주당 김용진(경기 이천) 후보는 지난 5일 밀짚모자, 하얀 한복 차림에 가마니를 얹은 지게를 진 모습으로 "이천시민의 곳간을 채우겠다"며 거리 유세를 벌였다. 민주당 김현정(경기 평택을) 후보는 이순신 장군과 유관순 열사로 분장한 남녀 선거운동원과 함께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 정영훈(경남 진주갑) 후보는 '조용한 선거운동'이란 당 기조에 맞춰 밤에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LED 피켓을 들고 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공화당 한민호(서울 종로)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은 기호 7번과 그의 이름이 적힌 초록색 우산을 들고 거리를 다녔고, 건설노동자 출신인 민중당 편재승(서울 성북구을) 후보는 "싹 갈아엎자"며 굴착기 출정식을 가졌다.

특히 나 홀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무소속 후보들은 절박하다. 정태옥(대구 북구갑) 후보는 지난 6일 유튜브에 인기 BJ(개인방송 진행자)가 만든 '비둘기 댄스'를 추는 영상을 올렸다. 비둘기 소리 '구구'를 활용해 자신의 기호 9번을 연상하게 했다. 문석균(경기 의정부갑) 후보는 비타민을 섭취해 면역력 높여 코로나를 이기자는 취지로 '레몬 챌린지'를 하고 있다. 그는 다음 주자로 아버지인 문희상 국회의장을 지목하기도 했다. 이행숙(인천 서구을) 후보는 잔 다르크 복장에 말을 타고 출정식을 했다.

홍준표(대구 수성을) 후보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을 '홍새로이'로 홍보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홍새로이는 지난달 21일 종영한 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만든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주인공인 '박새로이(배우 박서준)'와 홍준표를 합친 말이다. 홍 후보는 "나는 정의로움, 자수성가, 타협하지 않는 뚝심 등이 박새로이와 닮았다"고 했다. 그러나 웹툰 원작자 조광진 작가가 "이태원 클라쓰가 어떠한 정치적 성향도 띠지 않길 바란다"고 항의하자 홍새로이 홍보글을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