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 모자이크 꿀벌. 머리의 오른쪽은 암컷, 왼쪽은 수컷의 특징을 보인다.

얼굴 한 쪽은 남자, 다른 쪽은 여자인 사람을 ‘아수라 백작’이라고 부른다. 과거 만화영화 ‘마징가Z’에는 나온 악당 캐릭터의 이름을 딴 것이다. 최근 ‘미스터트롯’ 방송에 한 출연자가 이 아수라 백작 분장을 하고 나와 남녀의 목소리를 넘나들며 열창해 화제를 모았다.

꿀벌 세계에서도 아수라 백작이 발견됐다. 얼굴 한 쪽은 암컷이고, 다른 쪽은 수컷의 형태를 지닌 이른바 ‘암수 모자이크(gynandromorph)’ 꿀벌이다. 미국 과학매체 라이브 사이언스는 7일 “코넬대 과학자들이 국제학술지 ‘벌목 연구’에 파마나에서 발견한 암수 모자이크 꿀벌(Megalopta amoena)을 발표했다”고 소개했다. 이 종에서 암수 모자이크 현상이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암수 모자이크 꿀벌은 오른쪽이은 털이 많고 뒷 다리가 튼튼해 전형적인 암컷의 특징을 보인다.

연구진이 파나마의 바로 콜로라도섬에서 벌집을 발견했을 때 이 벌은 애벌레 상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애벌레는 자라면서 암수의 모습을 한 몸에 보이기 시작했다. 머리를 보면 오른쪽은 더듬이가 아래로 내려간 암컷 형태이고 왼쪽은 더듬이가 위로 향한 수컷이었다. 암컷 쪽 머리는 턱이 더 크고 털도 많이 있었다. 꿀벌 세계에서 암컷들은 꽃가루를 몸에 많이 묻혀오기 위해 수컷보다 털이 많이 발달한다.

이번 꿀벌은 암수 형태가 좌우로 나타나는 형태이다. 암수 모자이크는 이밖에 머리는 암컷이고 몸 뒤쪽은 수컷인 전후 암수 모자이크도 있고, 말 그대로 암수 특징이 몸 군데군데 혼재된 형태도 있다. 암수 모자이크는 곤충 외에 갑각류와 조류, 뱀에서도 발견된다. 지난해 코넬대 연구진은 몸의 좌우가 암수 특징을 보이는 홍관조를 발표했다.

암수 모자이크 현상이 좌우로 나타난 홍관조. 오른족은 수컷처럼 붉은색 깃털을, 왼쩍은 암컷의 회색 깃털을 보인다.

암수 모자이크는 겉보기만 암수의 특징을 모두 가지는 게 아니다. 2003년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는 암수 모자이크 핀치 새의 뇌 오른쪽은 유전적으로 수컷이고 왼쪽은 암컷이라는 논문이 발표됐다.

행동도 다르다. 이번 암수 모자이크 꿀벌은 다른 벌보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아침부터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