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정동을 우리나라 근대 역사의 상징 공간으로 재조성하는 대규모 도시 재생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대한제국 황궁이었던 덕수궁을 중심으로 외국 공사관들 사이에 공원을 만들고 역사적 의미를 담은 보행광장과 시민 휴식 공간이 곳곳에 조성된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예산 200억원을 투입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5개 사업을 추진한다.

6일 본지가 입수한 '정동 역사재생활성화 사업 집행계획'에 따르면, 현재 옛 러시아공사관 부지에 조성돼 있는 정동공원은 '근대 외교 마을'을 상징하는 외교역사공원으로 바뀐다. '공사관 거리'라고도 불리는 정동 일대에는 미국, 프랑스, 영국 등 19세기 세계열강이 잇따라 들어와 공사관을 지었다. 지금도 러시아, 영국, 네덜란드 대사관 등이 몰려 있다. 이 같은 역사적 특징을 살려, 정동공원 8118㎡(약 2460평) 중 절반에는 각국 공사관을 상징하는 기록물, 부조물, 동판 지도 등을 설치한다. 인근 7개 공관에서 문화 행사 장소로 활용하도록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절반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계단식 휴식 공간이 된다. 덕수궁을 중심으로 서울광장, 구세군 중앙회관 등 일대를 아우르는 정동 근대역사길(2.6㎞)도 보도와 주변 시설물 등 보행 환경을 개선해 탐방로로 정비한다.

세종로파출소와 세종대로 사이 보도는 개방형 광장으로 새롭게 조성된다. 과거 이곳에 있던 황토현 언덕에서 이름을 딴 '황토현 보행광장'이다. 세종대로 사거리와 덕수궁 사이에 솟아 있던 황토현 언덕은 일제강점기 사거리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사라졌다. 현재 세종로파출소 앞 586㎡(약 180평)에는 나무 10여 그루와 도로원표(서울 방면 도로의 종점을 표시해놓은 것)가 들어서 있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3억원을 투입해 나무 일부를 제거하고 도로포장을 정비해 보행 환경을 개선한다. 또 황토현 언덕에 얽힌 역사적 이야기를 기록한 각종 시설물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인근 상인, 건물주들과 협의해 오래된 거리의 경관 개선 사업도 추진한다. 서울시의회와 동화면세점을 잇는 골목길, 대한문 앞 도로, 주한 캐나다 대사관과 정동사거리 사이 샛길 등 다섯 곳이 대상이다. 건물 외벽과 간판, 외부 기둥을 덕수궁 정취에 어울리는 색감으로 새로 단장한다.

이 밖에 대한민국임시정부 서울연통부(국내와 연락을 주고받기 위해 만든 비밀 조직) 터에는 '항일 의거 기념' 공간이 만들어진다. 현재 길가에 서 있는 연통부 기념비를 이곳으로 옮기고 주변에 시민 휴식 공간을 조성한다. 또 서소문청사 지하 주차장 입구에는 정동 일대 관광을 안내해주는 홍보 부스 겸 전시 공간인 '정동 라운지'가 들어선다.

서울시는 이달 중 도시 재생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해 2022년까지 사업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정동은 덕수궁 돌담길 정도로만 기억되는 등 정체성 전환이 필요한 지역"이라며 "이번 사업이 완료되면 정동만의 역사적·장소적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