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 원생(院生)님, 다음 주 수업 공지 텔레그램에 올렸으니 확인해주세요." 서울 강남구에 있는 J취업 학원은 학생들을 이름이 아닌 숫자로 부른다. 학원 공지는 문자나 카카오톡이 아닌 텔레그램으로 하고, 원생들의 모의 자기소개서는 첨삭 직후 폐기한다. 정보기관보다 더 보안을 강조하는 이 학원은 국가정보원 공채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다니는 학원이다.

국가정보원 취업 준비 학원들은 보안과 정보력을 강조하며 수강생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국정원 전·현직 인사 담당자에게 매년 채용 경향을 전달받아 맞춤형 강의를 준비한다"고 주장한다.

본지가 국정원 취업 학원 두 곳에서 직접 상담을 받아본 결과, 두 학원 모두 국정원의 채용 정보를 줄줄 꿰고 있었다. J학원 상담 직원은 국정원의 고유 필기시험인 국가정보적격성검사(NIAT) 출제 기관이 'ACG'라고 했다. ACG는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의 인·적성 문제를 출제하는 직무적성검사 개발 전문기관이다. 이 상담 직원은 "국정원 논술 시험은 100점 만점이지만, A등급과 D등급 간 격차가 10점밖에 나지 않아 당락에 큰 영향이 없다"고도 했다. 직원은 모든 내용이 '국정원 내부 정보'라고 강조했다. 이 학원의 6개월 수강료는 390만원이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C정보학원 원장 A씨는 전(前) 국가정보원 채용위원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이 학원 상담실장은 "국정원 출신 강사가 여럿 있어 최신 정보 파악이 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합격생 중 일부가 국내정보 부서로 발령받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내정보 부서는 2017년 폐지됐다. 허위 사실로 수강생을 모으는 것이다.

국정원의 채용 정보가 적성국(敵性國) 정보기관으로 새나가면 적국 정보요원이 국정원에 침투할 수 있다. 그만큼 철저한 보안이 필요하다. 실제 국정원은 채용 규모와 경쟁률까지 비밀에 부치고 있다. 그런데 학원들은 '우리 강사는 국정원 출신' '현직자를 통해 받은 정보'라며 수강생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국정원의 보안이 허술한 것이고, 거짓이라면 허위·과장 광고가 여과 없이 퍼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시중의 사설 학원들이 수험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있는 것"이라며 "국정원이 공식 제공하지 않은 취업 관련 정보에 대해서는 국정원에 문의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