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이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정부 예산을 들여 수십대의 골프 카트를 빌렸다. 카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소유 골프장에 지원될 것으로 보여 ‘장사꾼답게 코로나 시국에도 사업을 보전할 궁리만 한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일(현지 시각) 비밀경호국이 4만5000달러 규모의 골프 카트 대여 계약을 지난달 30일 체결했다고 전했다. 계약 문건에 따르면 비밀경호국은 오는 9월 말까지 30대의 카트를 빌렸다. 문건엔 ‘버지니아주(州) 스털링의 고위급 인사 경호를 위한 목적’이라고 적시돼 있다. 스털링엔 트럼프가 취임 이후 70여차례나 방문한 자신 소유 단골 골프장이 있다. 결국 이 지역 트럼프 소유 골프장을 지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 대통령이 작년 5월 26일 일본 지바현 모바라시 골프장에서 골프 카트에 탄 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가 쳐다보는 가운데 골프를 치고 있다.

트럼프의 ‘셀프 지원’은 코로나 사태에 그의 사업도 직격타를 맞은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 트럼프의 사업체는 하루 100만달러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다. 레저 산업이 위축됨에 따라 트럼프 소유 호텔·리조트 등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미국 내 10곳이 넘는 트럼프의 골프장 상당수도 폐쇄됐다고 WP는 전했다. 그러나 워싱턴DC와 인접한 스털링의 골프장만큼은 아직 개방돼 있어 이곳을 지원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소식에 “골프 카트 빌릴 돈으로 인공호흡기나 구매하라” “코로나로 밀린 내 집세나 그 돈으로 내달라” 같은 댓글 1500여개가 줄줄이 달렸다. 보수지 ‘아메리칸 컨저버티브’조차 “지난주 660만명이나 실업 수당을 청구했는데 트럼프 골프장 카트 운전자한테는 일자리가 생기겠다”고 꼬집었다. 비밀경호국 측은 자세한 해명은 거부했으나 긴급명령에 따른 조치가 ‘안보’적인 의미는 아니라고 시인했다.

과거부터 트럼프는 자신의 사업체에 셀프 지원을 해왔다. WP에 따르면 비밀경호국은 트럼프의 골프 여행을 위해 트럼프의 호텔과 리조트에 62만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한편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이후 350일 이상 골프장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불거지자 지난달 8일 이후론 골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