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사마(神様·하나님) 앞으로 1년만 더 부탁드립니다. 그 생각뿐입니다."
5년전 폐암수술을 받은 모리 요시로(82·전 총리)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장이 2021년으로 연기된 도쿄 올림픽 성공을 위해 1년만 더 살고 싶다고 말했다. 3일 보도된 아시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다. 거의 매일 인공투석을 받고 있는 모리 위원장은 "남은 인생을 봉사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살아왔다"며 이 같은 감회를 밝혔다. "정말로 1년 연기가 좋았을까"라고 자문하기도 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사히 인터뷰에 따르면 도쿄 올림픽 1년 연기 과정에서 모리 위원장의 역할은 거의 없었다. 아베 총리가 결정해서 모리 위원장에게 통보한 것이었다.
모리 위원장은 3월 24일 아베 총리가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회장과 전화회의를 하기 30분 전에 총리 공저(公邸·총리 숙소)로 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총리 공저에서 오간 대화를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아베: 도쿄 올림픽을 1년 연기하겠습니다.
모리: 2년 연기 해두는 게 좋지 않으냐
아베 : 백신 개발은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기술은 그 수준이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1년 연기가) 괜찮습니다.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임기 만료 때문에) 정치 일정도 있습니다.
모리: (정치 일정에는) 너무 신경쓰지 말라.
아베: 이것으로 됐습니다. 1년 연기가 좋습니다.

모리 위원장은 아베 총리와 같은 파벌(清和会)에 속하는 정치 선배로 아베 총리의 멘토 역할을 해왔다. 모리 위원장은 "아베 총리가 2021년 연기로 도박을 했다고 느꼈다"고 했다.

모리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내년까지도 이어진다면 대회가 취소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나도 도박을 했다. 2021년에…. 더욱이 과학기술의 진보에 걸지 않으면 인류는 멸망하고 만다”고 했다.

그는 “IOC에 추가비용 부담을 요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바흐 IOC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전에 없던 경험이라고 했다. 그러니 (IOC)금고를 열어서 협조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올림픽 비대화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모순을 느낀다. 이만큼의 돈을 쏟아붓지 않으면 안 되는가하는 모순을 느낀다. 지난해 도쿄 럭비 월드컵은 말할 수 없는 감동이 있었다. 그런데 과연 도쿄 올림픽에선 그런 감동이 나올 것인가. 대회가 끝나면 한 소리를 지를 생각을 하고 있다. 이대로 (거대한 돈이 들어가는 상태로) 가면 올림픽은 망하는 것이라고."
도쿄=이하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