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생쥐도 표정으로 감정 상태를 드러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일 막스 플랑크 신경생물학연구소 연구진은 “인공지능(AI)을 통해 쥐의 기쁨, 두려움, 고통 등 감정 표현을 확인했다”라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3일 발표했다.

쥐의 감정

연구진은 감정을 확인하기 위해 쥐에게 여러 상황을 실험했다. 단 설탕물을 줘 즐거움을, 꼬리에 충격을 가해 고통을, 쓴 물은 역겨움을, 염화리튬을 주입해 메스꺼움을, 이전에 충격을 줬던 곳은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각 상황에서 고속비디오 카메라로 쥐의 귀, 코, 수염 그리고 얼굴의 다른 부분들을 촬영해 미묘한 움직임을 포착했다. 눈과 귀, 수염이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랐지만 육안으로 판별하기는 어려웠다.

연구진은 인공지능에 작은 차이를 포착한 사진들을 학습시켜 6개의 감정을 구별했다. 예를 들어 즐거움을 경험한 쥐는 코를 입이 있는 아래쪽으로 당기고, 귀와 턱은 앞으로 내밀었다. 이와 반대로 쥐는 고통스러울 때 귀를 뒤로 젖히고 볼을 불룩하게 내밀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인공지능은 쥐의 감정을 90% 이상의 정확도로 맞췄다.

이후 연구진은 쥐의 뇌에서 이러한 감정을 표현하는 뇌 세포를 찾아냈다. 광유전학이라고 불리는 기술을 사용해 인간과 다른 동물들에게도 특정한 감정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뉴런(신경세포)을 목표로 삼았다. 연구진이 빛으로 이를 자극했을 때, 생쥐들은 관련 표정을 지었다.

제네바 대학교의 카밀라 벨론 교수와 베누이트 기라드 박사는 논평 논문에서 “이번 연구는 뇌에서 감정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탐구하는 새로운 방법을 열 수 있다”며 “동물들이 표정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지, 그리고 개체마다 감정의 경험이 어떻게 왜 다른지 연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쥐의 6가지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