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지난달 체결된 600억 달러 규모의 한·미(韓美) 통화스와프에 이어 코로나발 경제 위기의 ‘또 다른 안전판’으로 인식되는 ‘한·일(韓日) 통화 스와프’ 재개가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의 위안부 합의 파기와 징용 판결, 그리고 일본의 수출 보복 등 악화된 한·일 관계 때문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한미 통화 스와프로는 유동성 위기가 완전 해결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한·일 통화 스와프 추진 의사를 밝혀왔지만, 일본에 공식 제안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일 “일본 중앙은행(日銀)은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중앙 정부 및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며 “아베 행정부 입김에 시달리는 일본은행 때문에 한·일 통화 스와프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징용 판결 이후 한국에 대해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 코로나 국면에서 일방적 입국 제한 등 대한(對韓) 보복성 조치를 취해왔다. 이 핵심 관계자는 “일본은 더 이상 한국을 협력국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며 “특히 경제면에서는 경쟁국으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일본이 코로나발 국제 경제 위기 국면에서도 한국을 협력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베신조 일본 총리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27일 "일본과의 통화 스와프도 이뤄지는 것이 옳다"고 했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일본과의 통화 스와프가 의미가 있는 만큼 중앙은행간 협력을 높이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정부는 일본 정부의 강경한 입장 때문에 공식적으로 한·일 통화 스와프 재개 제안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20억 달러 규모로 시작된 한·일 통화 스와프는 2008년 금융위기 때 300억 달러로 확대됐지만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계약이 연장되지 않고 종료됐다.

청와대와 정부는 일본의 '정치적 태도'를 문제 삼지만, 정부·여당도 총선을 앞두고 반일(反日)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후보들에게 배포한 '총선 전략·홍보 매뉴얼'에서 "미래통합당이 일본 아베 정권을 옹호하며 일본에는 한마디 비판도 못 한다. 우리 국민은 이번 선거를 '한일전'이라 부른다"며 반일 마케팅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런 정치적 분위기 때문에 정부도 한·일 통화 스와프에 적극 나설 의지도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당 지지층에서도 정 총리의 한·일 스와프 필요성 발언을 두고 "딴소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잠재적 외환시장 불안을 없애려면 미국은 물론 여러 국가와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