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나의 그림책은 마법과 경이로움의 세계로 통하는 문이다." 스웨덴 스톡홀름대 아동문학과 엘리나 드루커 교수는 '2020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심사위원단을 대표해 백희나의 작품 세계를 이 한 줄로 압축했다.

그림을 그리는 대신 무대를 연출하듯 인형과 소품, 배경을 만들고 조명을 곁들여 사진을 찍은 뒤 이를 한 권의 책으로 엮는 작업 방식은 영화 콘티처럼 장면 하나하나가 살아 있다.

첫 작품 '구름빵'에서 시각적 혁신을 이뤘다. 구름 반죽으로 만든 빵을 먹은 고양이 남매와 그들이 사는 집, 배경을 모두 종이와 판지로 만들었다. 또 다른 대표작 '달 샤베트'에서는 천으로 만든 인형들이 가득 들어찬 인형의 집을 만들어 독자들이 그곳을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윙윙대는 에어컨 소리가 실제 들리는 듯하다.

'장수탕 선녀님' '알사탕' '나는 개다'의 주인공들은 진흙으로 빚은 단단한 몸을 갖고 있다. 해부학적 구조가 잘 표현돼 사실적이다.

가장 큰 매력은 일상과 판타지의 조화다. 알사탕을 먹으면 다른 이들의 마음을 들을 수 있다는 '알사탕'에서 주인공 동동이는 아빠와 할머니, 불편한 소파의 마음을 들으면서 타인을 헤아리게 된다. "백희나의 작품은 다양한 읽기와 깊은 사색을 가능케 한다"는 심사평을 받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