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 시각)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홈구장 부시스타디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메이저리그 개막이 미뤄지면서 관중석도 비어 있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일어나 가족들과 선물을 주고받고, 느긋하게 브런치를 먹은 다음 텔레비전 앞에 모여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6차전을 본다면 어떨까.”

MLB 사무국과 선수 노조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바이러스 확산으로 5월 중순 이후로 개막이 연기된 MLB 정규시즌 운영 방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미 LA타임스가 26일 “올해 크리스마스에 월드시리즈가 열릴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을 비롯해 게릿 콜(30·뉴욕 양키스) 등 MLB 최고 스타들의 연봉 협상을 맡고 있는 수퍼에이전트 스콧 보라스(68)이다. 그는 “6월 1일부터 리그를 시작해 예년처럼 팀당 162경기를 소화하거나, 7월 1일부터 팀당 144경기를 하는 방안을 MLB 사무국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의 계획에 따르면 올 시즌 MLB 월드시리즈는 12월 19일부터 26일 사이에 치러진다.

◇올해 산타 선물은 월드시리즈?
보라스의 계획에 따르면 와일드카드 결정전, 디비전·챔피언십·월드시리즈 등 포스트시즌은 12월 3일부터 26일까지 휴식일 없이 진행된다. 한겨울에 어떻게 경기를 할 수 있을까. 그는 "기후 연구를 했는데, 남부 캘리포니아 12월 기온이 미국 내 대부분 도시의 3월 말, 4월 초 기온보다 높다"며 "12월 포스트시즌은 8개 돔구장과 남부 캘리포니아에 있는 3개 구장에서 치르면 된다"고 했다. 또 7월부터 정규시즌을 할 경우 팀당 최소 12차례의 더블헤더 경기를 해야 하는데, 선수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로스터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MLB에선 팀당 162경기를 치르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목소리가 많다. 81경기만 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그런데 보라스의 계획은 최대한 많은 경기를 하자는 것이다. 그의 고객인 선수들 입장에선 경기에 많이 출전할수록 연봉을 제대로 받을 수 있고, FA(자유계약선수) 계약에도 유리해진다. 보라스는 “선수들은 가능한 많은 경기를 뛰고 싶어 한다”며 “162경기를 치르고 겨울에 포스트시즌까지 모두 소화한다면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사와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LA타임스는 보라스의 계획에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①10~11월 정규시즌을 진행하기에는 악천후가 많고, ②코로나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야구팬들이 겨울에 홈구장이 아닌 다른 도시 경기장까지 이동하기가 어렵고, ③12월까지 포스트시즌을 치르면 내년 MLB 시즌도 최소 4월 중순까지 미뤄야 한다는 것이다.

스콧 보라스

◇"7이닝 더블헤더로 선수 피로 줄여야"
보라스만이 이런 제안을 한 것은 아니다. 현재 MLB는 한 번도 가지 않는 길을 걷는 중이다. 리그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미 ESPN은 26일 로스 앳킨스(47) 토론토 블루제이스 단장이 '7이닝 더블헤더'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시즌 일정 단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투수들의 피로도를 줄이며 최대한 많은 경기를 치르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미 대학야구와 마이너리그에선 실제 7이닝 더블헤더 경기를 하고 있다. ESPN은 "지난주 콜로라도 로키스의 버드 블랙(63) 감독도 올 시즌에는 더블헤더를 자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애런 분(47) 뉴욕 양키스 감독도 최근 7이닝 더블헤더를 언급했다"고 전했다.

ESPN은 더블헤더를 통해 한 팀이 평균적으로 매주 9게임을 치른다면 18주 동안 162경기를 치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만약 6월에 MLB가 개막되면 10월까지 정규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다. 정상적인 시즌에선 한 팀이 162경기를 소화하는데 26주가 걸린다. 앳킨스 단장도 7이닝 더블헤더 방식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팀과 불펜은 9이닝 경기를 하기 위해 준비돼 있다. 선수들이 7이닝 경기를 해야할 지에 대해선 확신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즌이 시작되면 압축적인 진행이 불가피하고 특히 투수가 많이 필요할 것”이라며 “로스터를 늘리는 등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MLB 사무국·선수 노조 합의 임박"
한편, 미 USA투데이는 이날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조간 리그 운영 합의가 임박했다고 전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더블헤더 경기를 포함해 팀당 최소 100경기 이상 경기를 치른다. 10월까지 정규시즌을 마무리한 다음 포스트시즌에 들어가 11월 말까지 월드시리즈를 끝내는 일정이다. 11월 추운 날씨로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포스트시즌 경기를 진행하기 어려울 경우 중립 지역에서 치를 계획이다. 시즌 축소로 줄어든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팀을 늘리는 것도 논의 중이다.

USA투데이는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이슈인 올 시즌 ‘서비스 타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합의에 다다랐다고 전했다. 이번 시즌 팀당 경기 숫자가 줄어들더라도 모든 경기에 출전했으면, 예년과 같이 162경기를 치른 것으로 인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무키 베츠(28·LA다저스) 등은 올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치면 FA자격을 얻을 수 있다. 또 MLB 팀들은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들에게 평균 12만5000달러(약 1억5000만원)의 4월 급여를 지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