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꾹닫: 입을 꾹 닫는다의 준말'
'탈밍아웃: 탈모+커밍아웃의 합성어로 탈모를 고백하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오픈사전'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사전이 있다. 누리꾼들이 직접 단어와 뜻을 올리는 개방형 사전. 10대들이 쓰는 신조어가 속속 올라오고, 기존 단어도 자기만의 해석을 달아 놀이처럼 즐긴다. "언어 환경의 변화를 빠르게 반영한다는 게 네이버 국어사전의 장점이죠. 단어를 검색하면 표준국어대사전과 고려대 한국어대사전, 국립국어원의 국민참여형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의 뜻풀이가 모두 뜨기 때문에 비교하며 읽을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고요."
지난 23일 네이버 본사에서 사전팀 이은경 팀장과 최기정, 박진아씨를 만났다. 베이징 주재 글로벌사전제작센터 김종환 팀장은 화상으로 참여했다. 종이 사전의 종말을 논하는 시대. 이들은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책임감도 막중해진다고 했다. 이은경 팀장은 "초등학생들이 단어의 뜻을 가지고 싸우다가 '네이버 국어사전에 이렇게 나왔어!'라고 말하는 걸 듣고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고 했다.
네이버는 조선일보가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 한글학회와 함께 펼치는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말모이 게시판에 빠른 속도로 단어들이 올라오는 걸 보면서 굉장하다고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말 어휘 수집이 끝나고 검토 및 정제 과정을 거쳐 10월 '말모이 사전'(가제)이 편찬되면,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도 이 사전을 볼 수 있다. 김종환 팀장은 "말모이 사전이 통째로 등록돼 최종 결과물은 물론 독자들이 하나씩 올려주신 단어와 뜻풀이, 예문까지 고스란히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용자들이 추가로 뜻을 올리고 덧붙여 계속 편집할 수 있게 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1초에 평균 4309명이 네이버 어학사전에 접속한다. 한 달 평균 이용자 2440만명. 44개 언어, 55종의 사전이 있고 등록된 표제어가 2600만개에 달한다. 테튬어, 힌디어, 스와힐리어 같은 소수언어뿐 아니라 라틴어, 고대 히브리어 등 사어(死語)도 있다. 김종환 팀장은 "기존에 편찬된 사전을 통째로 집어넣기도 하지만 우리가 직접 전문가를 찾아 제작을 지원하기도 한다. 현대 그리스어, 크로아티아어 등이 그렇게 나왔다"고 했다. "출입국 통계, 외국인 노동자나 유학생·재외동포 숫자 등을 살펴보고 유용한 언어를 선정합니다. 실패한 경우도 많은데, 중요한 건 사전 편찬 전문가들은 따로 있다는 거예요. 단순히 언어를 잘한다고 해서 사전을 잘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거죠."
누구나 사전을 직접 만들어 올릴 수 있는 '오픈사전 프로'도 인기다. 2018년 12월 시작해 벌써 사전 208개, 표제어 24만개가 쌓였다. 대한민국금붕어협회가 애호가들과 함께 만드는 '금붕어 용어 사전'에는 금붕어 종류는 물론 다양한 금붕어 관련 용어가 정리돼 있다. '추억의 삐삐 숫자 사전'은 삐삐로 보내던 숫자들의 뜻을 풀이한 사전. '337: 힘내' '0090: 차로 이동 중(빵빵 go)' '001: 영원토록 하나가 되자' 등 103개 표제어가 등록됐다. 한자화된 지명의 옛 순우리말 이름을 모은 '순우리말 지명 사전'도 있다.
김 팀장은 "10년 넘게 사전팀에 있다 보니 아이를 가르칠 때도 단어부터 정의 내리고 시작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했고, 이 팀장은 "댓글을 봐도 맞춤법 틀린 것만 눈에 들어온다"며 웃었다. "사전에서 중요한 건 개정이에요. 콘텐츠도 나이를 먹기 때문이죠. 시간이 흐르면서 단어의 의미도 조금씩 바뀌고 사라지는 말도 있고요. 예를 들어 요즘은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을 거의 쓰지 않잖아요. 다들 '안녕하세요'라고 하죠. 말모이 사전 역시 편찬되는 순간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개정하고 의미를 수정할 수 있어야 '살아 있는 사전'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