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콘택트'의 포스터. 여배우 조디 포스터가 세티 프로젝트에서 우주에서 날라온 외계인의 전파신호를 분석하는 과학자를 연기했다.

1997년 개봉한 영화 '콘택트(Contact)'를 보면 여배우 조디 포스터가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아레시보 전파천문대에서 외계인이 보낸 전파신호를 찾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가 나온 지 2년 뒤부터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도 외계인의 메시지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영화의 배경이기도 한 미국 버클리대의 외계지적생명탐사(SETI) 프로젝트는 1999년 개인들의 컴퓨터가 비는 시간에 전파망원경이 수신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세티앳홈(SETI@hom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년 이어온 외계인 추적 프로젝트가 이달 말로 종료된다. 세티앳홈은 그동안 축적된 연구 성과를 분석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 개인에게 데이터를 할당하는 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세티앳홈 책임자인 에릭 코펠라 박사는 “20년 동안 프로젝트를 유지하는 일과 과학계에 결과를 발표하는 일 사이의 투쟁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세티앳홈은 아직까지 외계인의 신호를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20년 간 세티앳홈의 노력은 앞으로 외계신호를 찾으려면 어디를 봐야 할지, 또 어떤 주파수를 추적해야할지 판단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구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전파신호에 인공위성과 우주에서 쏟아지는 고에너지 입자까지 매일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잡음 속에서 지적 외계 생명체가 전파신호를 골라내려면 고성능 컴퓨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컴퓨터가 턱없이 부족해 어렵게 수집한 전파신호 데이터를 분석도 못하고 폐기하는 일도 벌어진다. 초창기 아레시보 천문대의 인터넷망은 정보전송 용량이 작아 수신한 전파신호를 바로 버클리대로 보내지 못했다. 전파신호는 35기가바이트 데이프에 담아 우편으로 보냈다.

세티앳홈의 스크린세이버 화면. 일반인이 PC에 이 스크린세이버를 내려받으면 다른 작업을 하지 않는 시간에 할당한 우주 전파신호를 분석한다.

1995년 컴퓨터 과학자인 데이비드 게디는 한 칵테일파티에서 이른바 분산형 컴퓨터 원리를 이용하면 세티의 컴퓨터 작업용량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전 세계에 흩어진 개인용 컴퓨터(PC)를 연결해 일종의 가상 수퍼컴퓨터를 만드자는 것이었다. 일반인이 세티앳홈 홈페이지에서 스크린세이버 프로그램을 내려 받으면 개인용 컴퓨터(PC)가 다른 일을 하지 않을 때 전파망원경이 수신한 신호를 분석한다. 출범 수개월 만에 226국에서 참여한 260여만 명의 컴퓨터가 참여했다. 그 결과 초당 25조번 연산으로 목표대로 당시 세계 최고 수준 수퍼컴퓨터의 두 배 능력을 보였다.

세티앳홈은 끝나지만 외계인 추적은 계속된다. 러시아 출신 억만장자인 유리 밀너는 지난 2015년 “세티 프로젝트에 10년간 1억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세티는 이 후원금으류 ‘브레이크스루 리슨(Breakthrough Losten)’이라는 새로운 외계 신호 추적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아레시보 전파망원경.

전파망원경도 아레시보에서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의 그린뱅크 우주망원경 등 세계 3군데의 전파망원경으로 확대한다. UC버클리의 앤드루 시미언 박사는 “연구비가 부족해 연간 24~36시간만 망원경을 가동할 수 있었는데, 그 시간이 수천 시간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혁명 같은 일”이라고 밝혔다. 세티 프로젝트는 1992년 미 항공우주국(NASA) 지원으로 시작됐지만 이듬해 지원을 중단해 자금난에 시달렸다. 지금은 UC버클리가 주관하는 민간 프로젝트이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에 있는 그린뱅크 전파망원경.

세티앳홈처럼 분산형 컴퓨터 기술을 이용한 일반인 참여 과학프로젝트는 이외에도 많다. 버클리대는 SETI 프로젝트를 위해 ‘BOINC’란 운영 플랫폼을 만들었다. 현재 BOINC를 이용한 분산형 컴퓨터 과학연구프로젝트는 33개로 수학, 의학, 천문학 등 과학 전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의 ‘로제타앳홈 (Rosetta@home)’도 유명하다. 이 프로젝트는 PC를 모아 에이즈치료제 개발을 위해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고 있다. 상대성이론 100주년인 2005년에 시작된 ‘아인슈타인앳홈(Einstein@home)’은 미국과 독일에서 관측한 자료를 전 세계 수십만 명의 PC에 나눠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에서 예측한 중력파를 추적했다. 미국 델라웨어대의 ‘도킹앳홈(Docking@Home)’은 에이즈 바이러스의 생존에 필수적인 효소에 결합(docking), 기능을 방해하는 물질을 찾는 연구다. 세티가 뿌린 씨앗이 20년 동안 세계 곳곳에 과학연구에 참여하는 수많은 일반인 과학자들로 자라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