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DGB대구은행은 일부 예금 상품 금리를 0.3~0.6%포인트 내렸다. 이로써 'DGB주거래우대예금' 1년 만기 상품의 기본 금리는 기존 1.21%에서 0.81%로 0%대가 됐다. 1억원을 맡겨봐야 세금 떼면 한 달 이자가 5만7000원 정도밖에 안 나온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75%로 인하하자 0%대 금리 상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예·적금 금리 0%대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이자로 생활하는 60대 이상 은퇴 세대는 물론 자산 축적이 필요한 2030, 노후에 대비하려는 4050세대의 고민도 깊어졌다.

◇정기예금 금리 0%대 시대, 1%대 주택담보대출 나올 수도

시중은행들은 지난 2월 일부 상품 금리를 0.20~0.25%포인트 낮췄다. 작년 10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내리자, 4개월간 고심 끝에 이를 반영한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 고객들은 금리 0.01%에도 민감하다 보니 은행들끼리 언제, 얼마나 인하할 것인가를 두고 눈치 싸움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시중은행들이 신속하게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한 번에 0.5%포인트나 내렸기 때문이다. 현재 연 1%에 턱걸이한 수준인 주요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기본 금리가 이번 달 내로 0%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세를 감안하면 은행에 1억원을 맡겨도 1년에 100만원도 받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대출 금리도 곧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상품의 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매달 15일 고시되기 때문에, 내달 중순이면 일부 대출 상품 금리가 내려간다. 이미 이번 달 코픽스 금리는 1.43%로 한 달 전보다 0.11%포인트 내렸다. 다음 달 코픽스가 추가로 내려갈 경우,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1.85~2.2%)보다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 주담대 상품이 나올 수 있다.

이미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상품 이자는 최저 2.5%까지 떨어진 상황인데 '금리 1%대 주담대'도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기존에 대출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금리 인하가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중도 상환 수수료를 일부 부담하고 대출을 갈아타고 싶더라도 대출 한도 문제가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주택담보대출은 '갈아타기'를 할 경우 신규 대출로 취급하기 때문에,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강화된 부동산 대출 규제가 새로 적용된다"며 "기존 대출 한도만큼 새로 대출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적금 부어선 돈 못 불려" 증시로 달려가는 개미들

'제로 금리 시대'가 다가오자,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자로 돈 불리기 어렵다면, 폭락장을 기회 삼아 주식 투자로 한몫 잡겠다는 것이다.

직장인 이모(31)씨는 부모님의 노후 자금용으로 저축은행의 2%대 금리 예금 상품에 묶어둔 5000만원을 찾아왔다. 주식 투자용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이자로 돈 버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본다"며 "부모님 노후를 위해서라도 이번 폭락장세에서 찬스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최근 마이너스 통장을 만든 직장인 최모(32)씨도 주식 투자 시기를 엿보고 있다. 최씨는 "자금 부족으로 부동산 상승장에 올라타지 못했던 젊은 사람에겐 이번 주식시장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고령 고객들도 예·적금 해지를 하러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보이스피싱일까 봐 자금 용처를 물어보면 다들 주식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실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이달 들어 개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8조627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적금보다는 인덱스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적립식으로 투자하기를 추천한다"고 했다. 예·적금 금리가 떨어지기 전에 '막차'를 타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미 가입한 상품은 금리 조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초저금리에 따라 소극적인 투자자도 위험 추구에 나서면서 리스크가 커질 우려가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사실상 원금 보장' 등을 내건 불완전 판매가 성행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