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등에서 속옷을 벗고 신체 특정부위를 만지는 등 음란한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50대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광주지법 형사12부(재판장 노재호)는 공연음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모(51)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한씨는 지난 해 8월 16일 오후 3시59분쯤 광주광역시 동구 한 길거리에서 불특정 다수가 있는 가운데 바지와 속옷을 내리고 신체 특정부위를 만지는 등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사흘 뒤 오전 10시30분쯤 광주 동구 한 공원에서 불특정 다수가 있는 가운데 상의를 벗고 바지와 속옷을 내린 상태에서 특정부위를 만지는 등 음란한 행위를 한 혐의도 받았다.

검사는 한씨가 두 차례에 걸쳐 공공연하게 특정 부위를 노출하고 만진 것이 형법 제245조의 공연음란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한씨를 재판에 넘겼다.
이에 대해 한씨는 "당시 날씨가 더운 상황에서 옷이 물에 젖거나 땀에 차서 이를 말리려 한 것이다. 음란한 행위를 할 의도를 갖고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관련한 법리 검토에서 형법 제245조의 공연음란죄(公然淫亂罪)와 경범죄처벌법 규정을 구분해 설명하고, 관련 판례를 제시했다.
공연음란죄에서의 음란한 행위는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고,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33조는 공개된 장소에서 공공연하게 성기·엉덩이 등 신체 주요 부위를 노출해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판례와 법령을 종합하면, 신체 주요 부위를 노출한 행위가 있었을 경우 그 일시와 장소, 노출 부위, 노출 방법·정도 등에 비추어 그것이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행위는 경범죄 처벌법에 해당할 뿐, 형법 제245조의 음란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한 일련의 행위들이 경범죄처벌법의 '과다노출'에 해당할 수 있을지는 별론(別論)으로 하더라도,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 가지고는 그것이 형법상 공연음란죄의 '음란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바지 속에 손을 넣거나 혹은 특정 부위를 꺼낸 상태에서 만지작거리는 것 이외에 성행위를 직·간접적으로 연상시키는 움직임이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 행하는 이른바 자위행위로 생각할 수 있는 거동을 보였음을 알 수 있거나 미뤄 짐작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한씨의 공소사실 중 8월16일의 행위와 관련해 "피고인의 노출 상태를 목격한 사람들은 모두 보통의 남성들로서, 그들이 피고인의 노출 상태나 그에 따른 행위로부터 성욕을 자극받거나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봤다.

또 같은 달 19일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종교 홍보 활동을 하던 여성 2명이 피고인의 모습을 보게 됐다는 취지의 경찰 수사보고서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이 피고인의 모습으로부터 단순히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넘어서는 어떤 자극이나 느낌을 받은 것인지 알 수 있는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 의도에 대한 진술이 일부 합리적이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자위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피고인의 행위에 음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는 한씨가 앞서 공연음란죄로 처벌받은 사실,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형사범죄를 저질러 처벌받은 점, 재범의 위험성 등을 들어 치료감호를 청구했으나, 재판부는 무죄 선고에 따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