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제2연평해전 전사 군인의 아내가 국방부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피켓에는 "국방 의무 젊은이들 마스크 노동 동원 말라" "민간 기업 지오영에 국군 지원 웬 말이냐"라고 적혀 있었다. 정부가 지난 9일부터 매일 군 장병 70여명을 '공적 마스크' 유통업체 지오영과 백제약품에 보내 포장 작업 등을 시키고 있는 데 대한 항의였다. 전사 군인의 아내는 "어떻게 유통 마진을 받는 사기업 영리 활동에 귀한 군 장병을 차출하느냐"고 했다.
정부 측은 "마스크 공급이 워낙 급한 상황이라 군 장병의 힘을 빌린 것"이라고 했다. 두 업체가 마스크 공급업자로 지정된 것이 지난달 말이다. 3주가 넘었다. 마스크 560만장을 공장에서 장당 900원에 받아 1100원에 약국으로 넘긴다. 업체 주장대로 장당 마진이 '130원'이라고 해도 하루 7억여원을 번다. 막대한 이익이다. 밤샘 작업에 따른 물류·인건비 인상분 등을 감안해도 장병 70여명 대체 인력을 구할 돈은 충분할 것이다. 지금 지오영은 마스크 수십만장을 미신고 판매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부는 '지오영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약국에서 마스크를 1인 2매로 판매할 수 있도록 지오영이 재분류·포장하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해명을 한밤중에 내놨다. 하지만 시중 약국은 "2장씩 재분류된 마스크를 받아 본 적이 없고 전부 우리가 나눴다"고 한다. 정부 해명과는 딴판인 것이다. 그러다 이제는 군 장병을 지오영에 보내 마스크 포장 작업을 시키고 있다.
국가적 재난에 국민 생명·재산이 위기를 맞는다면 군 병력이 동원돼야 한다. 당연한 군의 의무다. 홍수·산불 대처나 방역 작업 등이 그런 경우다. 그러나 마스크 유통업체에서 장병들이 흘린 땀의 결과는 사기업 호주머니로 간다. 전사자 아내는 "군인이 사기업 봉이냐"고 했다. '장병 무료 노동으로 발생하는 이윤을 기업이 챙기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질문에 정부 관계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할 말이 있을 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