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6월 미 해군의 로스엔젤레스급 공격형 핵잠수함 '투싼(Tucson)함'이진해항에 입항하는 모습.

지난 1월 70대 노인이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 아무런 제지 없이 들어가 1시간 30분 동안 돌아다녔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진해기지에는 해군 교육사령부, 군수사령부, 잠수함사령부 등 핵심 지휘부가 모여 있다. 지난 7일에도 제주해군기지에 해군기지 반대 시위자들이 철조망을 절단하고 침입해 2시간 가까이 아무런 제지 없이 부대를 돌아다닌 일이 발생했다. 군의 경계태세가 해이해져 있다는지적이 나온다.

해군에 따르면 지난 1월 3일 낮 12시쯤 A(73)씨가 진해 해군기지 제1정문 앞에 나타났다. 위병소엔 기지방호전대 소속 군사경찰 3명이 근무하고 있었으나 A씨는 아무런 제지 없이 부대 안으로 들어갔다. 출입증 검사를 맡은 병사가 전화를 받느라 그를 놓쳤고, 나머지 2명은 출입 차량을 검사하느라 A씨를 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당일 오후 1시 30분쯤 경계 초소에 근무하던 한 병사가 발견하기 전까지 아무런 제지 없이 진해기지 안을 돌아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 조사결과 A씨는 대공 용의점이 없었고 A씨 지인 등에 대한 조사 결과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군은 오후 3시 43분쯤 A씨를 인근 충무 파출소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언론은 해군이 A씨를 경찰에 인계하면서 "A씨가 술을 마신 뒤 길을 잃은 상태로 기지 앞을 방황하고 있는 것을 군사경찰이 발견했다. 부대 침입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해군은 "경찰에 A씨를 인계할 때 술을 마셨다거나 ,기지 침입 사실이 없었다고 통보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진해기지에선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에 민간인 기지 출입을 보고하지 않았다. 해군 관계자는 "기지에서 상부에 보고는 했지만, 합참과 국방부에는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보고하지 않은 경위 등도 감찰하고 있다. 합참과 국방부에까지 보고해야 하는 사안으로 판단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수도권에 있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중대급 방공진지에도 민간인 B(57)씨가 침입했다. B씨는 이날 낮 12시 40분쯤 방공진지 울타리 내에서 발견됐다. 폐쇄회로(CC)TV에 따르면 B씨는 1시간가량 전인 오전 11시 46분 진지 울타리 아래 땅을 파서 안으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해당 부대는 B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경찰에 그를 인계했다. 군은 B씨가 대공 혐의점은 없다고 보고 정확한 침입 이유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제주해군기지에 해군기지 반대 시위자들이 철조망을 절단하고 부내 내에 침입했을 때에는 외부 침입을 감시하는 경계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 침입자를 저지·진압하는 '5분 대기조'도 시위자 침입 1시간 47분만에야 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은 경계 실패 책임을 물어 부대 책임자인 제주기지 전대장(대령)을 보직해임하고 상급부대인 해군3함대 사령관 등 지휘 라인을 문책하기로 했다.

해군 관계자는 "해군은 이번 사건과 관련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다"며 "해군본부 감찰팀을 현지 부대로 보내 부대출입 시스템 및 사후 조치 전반에 대해 정확하게 실태를 조사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