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현지 시각) 미국 보스턴 중심가의 심포니홀. 명문 악단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조성진(26)의 장대한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연주가 끝난 순간, 악단을 객원 지휘한 한누 린투(53)는 협연을 한 조성진과 악수 대신 가볍게 주먹을 툭 부딪는 인사를 나눴다. 최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취임 연주회를 이끈 서울시향 신임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67)도 회심의 말러 교향곡 2번 연주가 끝나자 수석들에게 주먹으로 인사를 건네며 환하게 웃었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보수적이고 점잖은 클래식 공연장의 인사법을 바꾸고 있다.
주먹 인사, 그러니까 '피스트 범프(fistbump)'는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 백악관 직원들과 거리낌 없이 나눠 화제가 된 인사법이다. 영국의 한 의료진이 악수 대신 주먹 인사를 하면 세균 전파가 20분의 1로 줄어든다고 했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미 시사주간지 타임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튀어나오는 비말을 통해 옮는 전염병이라서 악수든 주먹 인사든 큰 차이가 없다.
예술의전당·세종문화회관 등 국내 공연장들이 지난달 말부터 문을 닫아건 것처럼 이탈리아의 모든 오페라극장과 독일·오스트리아의 뮌헨·베를린·빈 오페라극장 등 서구 공연장들도 잇달아 폐쇄에 들어갔다. 음악계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힘든 시기"라는 우려가 쏟아질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