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소법원이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레드 제플린'이 자신들의 대표곡 '스테어웨이 투 헤븐'의 일부를 다른 노래에서 도용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11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샌프란시스코 항소법원은 '스테어웨이 투 해븐'이 로스앤젤레스 밴드 '스피릿'의 랜디 울프가 작곡한 '토러스'를 표절하지 않았다고 2016년 판결한 내용을 확정했다.
8분짜리 대곡인 '스테어웨이 투 헤븐'은 레드제플린의 프런트맨 로버트 플랜트와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가 함께 쓴 것으로 알려졌다. 레드제플린이 1971년 발표한 4집에 실렸다.
그런데 울프 측은 '스테어웨이 투 헤븐'이 울프가 1968년 작곡한 '토러스'를 표절했다며 지난 2014년 저작권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울프 측은 두 곡이 코드 진행이 비슷하며 페이지가 레드 제플린과 스피릿이 함께 순회공연하는 동안 '토러스'를 듣고 '스테어웨이 투 헤븐'을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스테어웨이 투 헤븐'은 록 음악 역사상 손에 꼽히는 명곡 중 하나다. 레드제플린의 곡이 표절로 판명됐다면, 울프 측에 많게는 수백만달러를 물어줘야 한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스테어웨이 투 헤븐'은 약 36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레드 제플린은 1968년 당대 최고의 록 기타리스트로 손꼽히는 페이지를 중심으로 플랜트, 베이시스트지만 전천후 연주자로 통하는 존 폴 존스, 드럼의 교과서로 통하는 존 본햄이 함께 결성했다. 1969년 데뷔앨범 '레드 제플린I'을 발표했다.
영국 밴드들의 미국 진출 러시를 가리키는 '브리티시 인베이전', 1960년대 선봉을 이끈 팀이 '비틀스'라면 1970년대는 레드 제플린이 앞장섰다.
한편 2013년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에서 12주간 1위를 차지한 미국 R&B 가수 로빈 시크의 '블러드 라인스(Blurred Lines)'는 지난 2015년 표절곡이라는 판정을 받았다다.
당시 법원은 이 곡을 만든 프로듀서 퍼렐 윌리엄스가 미국 솔 가수 마빈 게이의 '갓 투 기브 잇 업(Got to Give it up)'을 표절했다고 봤다. 가디언은 레드제플린의 이번 승소는 2015년 '갓 투 기브 잇 업' 여파를 이겨낸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