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어린아이였던 나를 완전히 망쳐 놓았어요…. 그 뒤로 너무 힘든 삶을 살았죠."(크리스틴 온가레)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세네갈 다카르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복싱 아프리카 지역 예선 51㎏급. 키 135㎝의 단신 선수 크리스틴 온가레(26·사진)가 우간다 선수를 만장일치 판정승으로 꺾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케냐 출신의 온가레는 이로써 고국 역사상 두 번째로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는 복싱 선수가 됐다.

2018년 코먼웰스 게임 복싱 동메달리스트이기도 한 온가레는 올림픽 공식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열두 살 때 임신을 했다"고 밝혔다. 10대 소녀들에게 임신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원치 않은 임신을 했다는 것이다.

국제 유소년 및 청소년 저널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20년간 케냐 서부 지방에서 230만명의 여성이 18세 이전에 임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가레가 스포츠에 뛰어든 건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스스로를 '빈민촌(ghetto) 소녀'라고 표현한 그는 인터뷰에서 "나의 어머니가 아이를 키워줬다"며 "어머니는 나를 학교에 보내려 했지만, 수업료와 각종 생활비를 내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곳, 이자 없는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다"고도 했다. 처음에 축구를 배웠던 온가레는 아크로바틱스(곡예 스포츠)를 거쳐 복싱에 입문했다.

온가레는 케냐 빈민촌의 소녀들에 대한 관심도 인터뷰에서 드러냈다. 그는 "너무나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 절망에 빠져 사는 소녀들이 많다"며 "그러나 그것이 삶의 끝이 아니고, 삶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