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에서만 만날 수 있는 '푸른발 부비새(Blue-footed Booby)'. 선명한 푸른 발이 만화처럼 비현실적이다. 부비새가 먹은 물고기의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발에 집중적으로 쌓여 이 파랑을 만들었다고 한다. 건강할수록 더 선명해서, 짝짓기 철이 되면 수컷은 푸른 발을 자랑스럽게 암컷에게 내보이며 구애의 춤을 춘다. 갈라파고스의 상징적 동물 중 하나이지만, 직접 만나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가을 물어물어 사흘간 해변을 뒤진 끝에 겨우 만났다. 셔터를 누르는 손도 떨렸다.

지구 반대편 에콰도르 연안에서 약 1000km 떨어진 태평양의 갈라파고스.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도 여기서 시작됐다. 당연히 지켜야 할 규칙이 많다. 동물과 2m 이상의 거리를 두어야 하고 만지거나 먹이를 주는 행동은 절대 금지. 다른 동물이나 음식을 가져와서도 안 되고, 섬에서는 조개껍데기 하나도 가지고 나갈 수 없다. 덕분에 이곳 동물들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랜 세월에 걸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갈라파고스에서 사람은 위협의 존재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