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5학년생이 엄마 손을 잡고 진료실에 왔다. 엄마는 "갑상선 검사를 해달라"고 말했다. 목 앞이 튀어나왔다. 진찰해보니 갑상샘 문제일 가능성은 희박했다. 다만 옆에서 봤을 때 머리가 앞쪽으로 돌출되는 거북목이었다.

최근 4년 동안 수영을 했다는데 이게 원인인 듯하다. 수영은 물에서 하는 운동이라 숨 쉴 때는 코와 입이 물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 빨리 숨을 쉬어야 한다. 평상시는 횡격막호흡(복부 호흡)으로 충분하다. 가슴과 배 사이를 가로지르는 낙하산처럼 생긴 근육이다. 숨을 몰아쉴 때는 배 가슴 목 어깨 등에 부착된 10가지도 넘는 호흡 보조 근육까지 총동원한다.

이때 긴장되는 근육 중 하나가 목 앞쪽의 사각근이다. 좌우 각각 세 개가 있다. 숨을 들이쉴 때 가슴통을 끌어올린다. 원래는 보조 수준인데 빠른 호흡이 계속되면 근육이 짧아지고 딱딱해진다. 나중에는 오히려 목을 가슴 쪽으로 끌어내려 머리가 앞으로 나가는 거북목이 되게 한다.

아이를 눕혀서 보니 윗가슴을 들썩이며 숨을 쉬고 있었다. 평상시에도 빠른 호흡 동작을 하고 있던 것. 수영의 부작용인 셈이다. 수영 후 집에 가기 전 가슴 호흡을 복부 호흡으로 되돌리는 정리운동이 필요했다.

수영은 골다공증 환자에도 좋지 않다. 물속에서는 몸이 가벼워지는 데 뼈 건강에는 체중을 싣는 운동이 필요하다. 물론 무릎 관절염이 심해 육상운동이 어렵다면 하는 게 낫다. 이런 이유로 해녀들이 골다공증이 심하지 않을까 하는 연구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해녀들의 뼈는 튼튼했다. 물일, 밭일 가릴 것 없이 일했기 때문이다. 운동도 편식은 안 좋다.

사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운동은 의외로 숨쉬기 운동이다. 하루 2만 번 가까이 한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힘들지 않은 동작이지만 패턴이 잘못되면 자세가 변형된다. 목-허리 디스크, 관절염, 불면증도 온다. 옛날 사람들도 호흡은 중요성을 알았다. 단전호흡이 그것이다. 호흡은 운동의 기본 중의 기본, 수학의 구구단 같은 것이다. 평상시에는 배로만 쉬고 호흡량이 많아질때만 가슴호흡을 동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