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사랑의열매에 현금 120억원 계좌이체 기부
'일방통행식 기부'… 사랑의열매 "보도 보고 기부 알아"
"비난 거세자 여론 반전 위해 '깜짝 기부'" 분석도
신천지 재정 2700억원…"별도 모금 없이 재정으로"

신천지가 5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20억원을 기부했다. 신천지 교인 가운데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나온 것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는 이유였다. 신천지 측은 정작 사랑의열매와 사전 협의도 없이 120억원 전액을 현금으로 계좌이체 했다. 신천지의 ‘깜짝 기부’는 이례적인 규모나 방식뿐만 아니라 신천지 측의 자금력을 놓고도 여러 궁금증을 낳고 있다.

지난 2일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이만희 총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신천지, 현금 120억 계좌이체 기부… 현대차·SK·LG의 2.4배 규모
신천지의 기부는 규모와 방식 모두 이례적이었다. 일단 성금으로 내놓은 120억원은 국내 주요 글로벌 대기업의 기부 규모도 웃도는 수준이다.

국내 재계 1위인 삼성전자는 지난달 26일 총 300억원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탁했다. 하지만 재계 2~4위인 현대차·SK·LG는 각각 50억원을 기부했다. 사실상 신천지가 삼성을 제외한 주요 글로벌 기업보다 2배가 넘는 돈을 기부한 셈이다.

대형 교회와 비교해서도 성금 규모가 지나치게 커 보인다. 교인 5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국내 최대 개신교회 여의도 순복음교회는 지난 3일 대한적십자사에 10억원을 기부했다. 신천지 측이 정부에 명단을 넘긴 교인 수는 국내·외 신도 24만 5000명과 교육생 6만 5000명 등 총 31만명 수준이다. 신천지는 여의도 순복음 교회보다 신도 수는 절반 수준이지만 12배에 달하는 돈을 기부한 것이다.

신천지 측은 왜 이처럼 거액을 갑자기 기부했을까. 종교계 안팎에선 신천지가 우한 코로나의 ‘수퍼 전파지’로 지목돼 거센 비난 여론에 휩싸인 데다 최근 정부와 여권(與圈)이 검찰에 강제수사를 압박하고 교주(敎主)인 이만희 총회장을 살인죄로 고발까지 하자 여론을 조금이라도 반전시켜 보기 위해 ‘깜짝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왜 120억 냈나… "12개 지파 성도들 마음 모은 것"
신천지는 이런 거액 기부을 기부하면서 사랑의열매에 사전 협의를 전혀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랑의열매 측에 따르면 고액 기부의 경우, 보통 기부자와 기부 방식·사용처 등을 사전에 협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신천지 사례와 같은 '일방통행식 기부'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신천지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문자 메시지를 통해 사랑의열매에 기부했다는 사실을 기자들에게 알렸다. 신천지의 기부는 현금 120억원을 사랑의열매 측이 공개한 은행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랑의열매 대구 지회에 100억원, 중앙회에 20억원이었다.

사랑의열매 측은 보도가 나온 뒤에야 신천지의 기부 사실을 알게 됐다.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가 난 뒤, 오전 11시쯤 계좌를 통해서 기부 사실을 확인했다"며 "며 "성금을 접수해도 되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신천지 측과 이야기해보고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사랑의열매 측은 신천지 측의 기부금을 반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신천지 측은 120억원으로 기부 금액을 결정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12개 지파(支派·지역조직)에서 각 10억원씩 모두 120억원을 책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대해 신천지 관계자는 "120억원으로 정한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12개 지파 성도들의 마음을 모아 전달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지난 1일 대구시 중구 신천지 대구교회 일대에서 2작전사령부 장병 50여 명이 우한 코로나(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소독 작전을 하고 있다.

◇신천지 재산 5500억?…"별도 헌금 걷지 않고 재정으로 해결"
신천지가 이런 거액을 짧은 시간에 어떻게 조성했는지에 대해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신천지 측은 기부 사실을 알리면서 "(이만희) 총회장께서 기자회견에서 밝히셨듯 물적 인적 지원을 힘닿는 데까지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 총회장이 기자회견을 연 것은 지난 2일이다. 단 사흘 만에 120억원을 현금으로 기부한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며칠 만에 현금 120억 원을 성금으로 동원할 수 있는 회사나 단체는 많지 않다.

신천지 측은 성금 출처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이번 성금 전달을 위해 돈을 따로 모금하지는 않았다"며 "재정을 이용해 진행했다"고 했다. 신도들을 상대로 헌금 등을 통해 모금한 것은 아니고 기존에 신천지 측이 가지고 있던 돈으로 냈다는 얘기다.

그러면 신천지교회의 재정은 어느 수준일까. 유튜브채널 ‘종말론 연구소’가 공개한 ‘2020년 신천지 긴급 보고서’에 따르면, 신천지의 보유 재산 총액은 5513억 2200만원이다. 이 보고서는 지난 1월 12일 경기 과천시에서 열린 ‘2020년 신천지 정기총회’의 녹취록을 토대로 작성됐다고 한다.

이 가운데 신천지 재정은 총 2749억원이다. 총회 재정이 949억원, 전국 12개 지파 재정이 1799억원이다. 신천지는 회계를 총회 재정과 전국 12지파 재정으로 구별해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

신천지의 기부에 대해서 네티즌 사이에선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뉴스 댓글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신천지 때문에 입은 피해가 조 단위가 넘는다" "신천지 때문에 추경을 통해 국가 부채를 12조 가까이 풀었다. 최소한 1000억원은 기부해야 한다" "부디 선처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들린다"는 반응이 나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5일 오전 기준 국내 우한 코로나 확진자는 5766명이다. 이 가운데 3452명(59.9%)가 신천지 관련 환자다. 확진자가 4327명으로 가장 많은 대구 지역의 경우 69.6%(3013명)이 신천지 대구 교회와 관련돼 있었다.

신천지 측은 기부와 별도로 "대구·경북 지역 확진 경증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를 별도로 마련하기 위해 수일간 총력을 다해 시설을 찾고 있다"며 "신속하게 마련해 병실 문제를 해결하고 중증환자, 입원 대기 환자들이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