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 외할머니집에 놀러 왔던 어린이 3명이 숨졌다.
4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쯤 서울 강동구 고덕동 4층짜리 상가주택 건물에서 불이 났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불이 난 건물 4층에 사는 신고자는 "화장실에 갔는데 연기 냄새가 나서 밑에 내려가 보니 불이 나있어 신고한 뒤 건물 밖으로 빠져나갔다"고 본지에 말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차 23대와 소방관 84명이 약 16분 만에 화재 진압에 성공했다. 하지만 불에 탄 건물 3층의 방 3개짜리 주택 내부에서 박모(6)양과 박양 여동생(3), 박양 이종사촌 이모(3)군이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숨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화재가 난 집은 숨진 아이들의 외할머니집이었다. 외할머니는 외부에 일하러 나가고 없었다. 박양 엄마인 김모(36)씨가 자녀 3명과 조카 이군을 모두 데리고 모친 집을 찾은 상황이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언니 집에 들러 조카를 데리고 엄마 집에 놀러 왔던 것"이라며 "우리 큰애가 입던 옷을 조카에게 물려주려고 만든 자리였다"며 통곡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김씨와 아이들은 이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이들 간에 다툼이 벌어졌고, 김씨가 서로를 떼어놓을 겸 자기 아들(8세)만 데리고 잠깐 집 밖으로 나온 사이 화재가 발생했다고 한다. 김씨가 집을 비운 시간은 20분 안팎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그새 김씨는 두 딸과 조카를 잃었다.
사고가 난 건물은 1층이 상가, 2~4층은 주택이었다. 1층 상가 직원은 "'팡'하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3층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고 했다. 소방차가 도착한 직후 김씨가 현장에 돌아와 "아이들이 안에 있다"며 절규했다고 이웃들이 전했다. 이웃주민은 "너무 끔찍했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거실 입구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소방 관계자는 "화재 현장에서 불에 탄 전기난로가 발견됐지만, 정확한 상황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어린이 안전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는 '주택'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3~2015년 사이 벌어진 어린이 안전사고 7만6845건 가운데 69.7%는 주택에서 발생했다. 국내법에 따르면, 어린이를 집 안에 보호자 없이 방치하더라도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영미권 국가는 한국과 크게 다르다. 미국 15개주(州)는 아동(6~14세 미만)을 혼자 집에 둔 자체만으로 별다른 안전사고가 없었더라도 처벌된다. 캐나다도 13개주 가운데 3개주가 가정 내 아동 방치를 금지한다.